가난보다 무서운거.

by 지로 Giro



가난은 창밖의 비처럼 잠시 스쳐간다.
하지만 내적 소모는, 벽 틈으로 스며든 바람처럼
하루하루 우리를 조금씩 얼려버린다.

그 바람의 이름은, 엄마였다.

그녀는 언제나 가족의 중심에 서 있었다.
밥상 위에 놓인 따뜻한 국처럼,
모두를 위해 끓어오르며 자신을 태웠다.
하지만 그 끓음 속에는 온기가 아니라
억눌린 불안이 있었다.

그녀는 사랑을 통제로 말했고,
관심을 지배로 표현했다.
“내가 너희를 위해 이렇게 했잖아.”
그 말은 축복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나를 따라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숨어 있었다.

그녀의 말은 잔잔한 폭력처럼 번졌다.
목소리는 높았고,
표정은 계절처럼 급변했다.
웃음과 분노의 경계가 희미한 집 안에서
아이들은 언제 폭풍이 올지 몰라
늘 숨을 죽이고 살았다.

가난한 집은 밥을 굶으면 된다.
하지만 내적 소모가 있는 집은
영혼이 굶는다.

그녀는 자주 과거를 꺼냈다.
“그때 내 말 들었으면 이렇게 안 됐을 텐데.”
그 말은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를
다시 꿰맨 바늘이었다.
그녀는 과거에 머물러 살았고,
현재는 늘 죄책감의 공기로 눌려 있었다.

밖에서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고,
안에서는 한 줄기 바람처럼 서늘했다.
세상은 그녀를 착한 사람이라 불렀지만,
가족은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자랐다.

사랑이 폭풍이 되는 집에서는
아무도 진짜로 안식을 얻지 못한다.

가난보다 무서운 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소모였다.
보이지 않는 전쟁,
그 중심에서 아이들은 배웠다.
사랑은 무섭다,
가족은 숨이 막힌다.

그러나 언젠가, 그 아이는 깨닫는다.
사랑도 거리와 침묵이 필요하다는 걸.
바람이 지나가야 창문이 맑아지듯,
거리 두기 속에서야 마음이 숨을 쉰다는 걸.

평온이란, 누군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온도를 지키는 일이다.

오늘아침 책을 읽으면서 현명한 엄마 지혜로운 엄마가 되는 게 뭔지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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