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by 지로 Giro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섰을 때,
나는 내가 낯설었다.
늘 누군가를 위해 서두르던 얼굴,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 애쓰던 손끝,
그 모든 게 다 나였지만, 정작 ‘나를 위한 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오늘부터, 나를 다시 ‘연습’하기로.

하나. 옷을 입는 연습.
천 한 조각이 내 안의 기분을 바꾼다.
어깨를 감싸는 색, 손끝에 닿는 질감 하나로
나는 세상 앞에 다시 선다.
유행이 아닌 ‘나’를 입는다는 건,
세상에 맞추던 내 몸을
이제야 내 마음에 맞춘다는 뜻이었다.


둘. 자신감을 말하는 연습.
자신감은 소리 없는 체온 같다.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내 안의 불빛이 켜질 때
그 온기가 세상을 데운다.
“나는 할 수 있다.”
그 말은 주문이 아니라, 상처 난 내면을 쓰다듬는 손길이었다.

셋. 시야를 넓히는 연습.
눈앞의 고통에 머물던 내가
조금만 고개를 들면
먼 산의 푸른 능선이 있었다.
한순간의 슬픔도
결국 큰 그림 속 한 점의 색일 뿐,
그걸 알게 되자 마음이 숨을 쉬었다.


넷. 감정을 다루는 연습.
분노는 내 안의 바람이다.
억누르면 폭풍이 되고,
들여다보면 바람결이 된다.
감정의 물결 위를 걸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나를 통과한다.


다섯. 품격을 가꾸는 연습.
품격은 말끝에 있지 않고,
하루의 습관 속에 숨어 있다.
조용히 차를 우려 마시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 사이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내면이 고요할수록, 얼굴은 빛난다.


삶을 빛나게 하는 건 거대한 행운이 아니다.
그건 아주 사소한 ‘연습’들이
하루하루 쌓여 만든 투명한 유리 같다.

그 유리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얼굴을 본다.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조금 더 고요한 나를.

그리고 깨닫는다.
빛은 멀리서 오는 게 아니라,
늘 내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걸.

여섯, 고독을 이기는 연습

고독은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와
의자에 앉듯 조용히 내 곁에 머문다.
소리도, 얼굴도 없지만
그 존재는 분명하다.
처음엔 낯설고, 무겁고, 차갑다.
하지만 오래 바라보다 보면
그건 나를 무너뜨리러 온 적이 아니라
나를 다시 세우러 온 손님이라는 걸 알게 된다.


고독은 연습이 필요하다.
도망칠수록 그림자는 더 길어지고,
외면할수록 마음의 문틈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그 어둠 속에 의자를 내어주기로 했다.
차 한 잔을 데우고,
내 안의 빈 의자에 ‘나 자신’을 앉힌다.

그제야 비로소 들린다.
세상의 소음 너머, 내 안의 숨소리.
누구의 말도, 위로도 닿지 않는 그 고요한 공간에서
나는 내 목소리를 다시 배운다.

고독은 나를 고치는 시간이다.
세상과의 대화가 멈추면
비로소 나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사람을 잃고서야 관계의 깊이를 알고,
침묵 속에서야 마음의 결을 느낀다.
그때 나는 깨닫는다.
고독은 벌이 아니라, 회복의 과정이라는 걸.

고독을 이긴다는 건,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다.
그건 마치 겨울나무가 눈을 이고 버티는 것처럼,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일이다.
잎을 다 떨군 나무는 비로소
자신의 뼈대를 본다.
그 단단한 속살을 본 나무는
봄이 오면 더 깊이 피어난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연습은,
고통을 부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울고 싶으면 울고, 멈추고 싶으면 잠시 멈춘다.
억지로 강해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
눈물은 약함의 징표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는 과정이다.

바람이 세게 불면
풀은 먼저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이 바로
꺾이지 않는 힘이 된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연습은,
끝을 믿는 연습이기도 하다.
지금은 터널 안이지만,
멀리서 희미한 빛이 있다면
그건 반드시 나를 향하고 있는 빛이다.
아무리 긴 밤도
새벽을 막을 수 없다는 걸
나는 이미 수없이 배웠다.

어려움은 나를 가르친다.
세상이 나에게 등을 돌릴 때,
나는 비로소 내 안의 등을 켠다.
누군가의 위로가 사라질 때,
나는 스스로를 안아주는 법을 배운다.
그 배움은 느리지만,
한 번 몸에 새겨지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겨낸다는 건 결국, 견디는 법을 아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거창한 의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건 매일의 작은 선택에서 자란다.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
그 하루가 모여 어느새 강이 되고,
그 강이 나를 먼 바다로 데려간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연습은, 나를 키우는 연습이다.
시련은 나를 작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내 안의 깊이를 넓히고,
보이지 않던 힘을 불러낸다.
세상은 여전히 거칠지만
그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이겨낸 사람 이다.

이제 나는 안다.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게 아니다.
그건 내 안의 빛을 더 선명하게 비추기 위한
투명한 렌즈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천천히 연습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잃어도, 다시 사랑하는 법을.
무너져도, 다시 피어나는 법을.


여덟, 나누는 연습

인생은 혼자서 채워가는 그릇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깨닫는다.
가득 찬 그릇이 진짜 풍요로운 게 아니라,
흘러넘쳐 누군가의 그릇을 적셔줄 때
비로소 따뜻해진다는 것을.

나누는 연습은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세상이 차갑게 굴 때,
그 냉기에 맞서기 위해 더 뜨겁게 굴 필요는 없다.
그저 한 모금의 따뜻한 말,
한 줄의 진심 어린 메시지,
하루의 온기를 담은 미소 하나면 된다.
그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하루를 구할지도 모르니까.

나눔은 많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시간이 모자라서, 돈이 부족해서,
마음이 지쳐서 미뤄두었던 그 순간들 속에서
사실 가장 큰 나눔은 태어난다.
지치고도 손 내밀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세상을 밝힌다.

나누는 사람은 잃는 게 아니라, 채우는 사람이다.
물은 흘러야 썩지 않고,
사람은 나눌 때 살아난다.
내가 건넨 마음이 바람처럼 돌아와
또 다른 위로가 되어 내게 머무는 날이 있다.
그때 깨닫는다 —
나눔은 순환하는 생명력이라는 것을.

가장 깊은 나눔은 ‘이해’에서 온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눈빛 속 고요한 슬픔을 알아본다.
그래서 나는 내 고통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젠가 누군가를 위로할
내 언어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나누는 연습은,
결국 ‘내가 살아 있음을 잊지 않는 연습’이다.
내 안의 온기가 세상에 닿을 때,
그 온기는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 순환,
삶이 주고받는 조용한 인사다.


오늘 나는 내 안의 빛을 조금 덜어낸다.
그 빛이 누군가의 어두운 방을 비추길 바라며.
그리고 알게 된다.
나눔은 줄어드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통해 나를 더 넓히는 일이라는 것을.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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