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삶이 조용히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손목에 금이 가듯 얇았지만
그 틈은 날마다 더 깊어져
내 안쪽의 고요까지 흘려보냈습니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늘 조금씩 비어가는 사람처럼 걸었습니다.
그런 내 마음 한편에는
얼마 전 하늘로 떠나간 큰이모님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날의 사고로
이모는 평생 아이를 품을 수 없었고,
그래서 마음으로 낳은 아이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서른을 채우지 못하고
파상풍처럼 잔혹한 운명에 져
하늘의 별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몇 해 뒤에는 이모부가 떠났고,
그리고 엊그제,
큰이모님마저 조용히 그 뒤를 따랐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눈물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구름 위에서 흘린 눈물은
땅으로 떨어지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흔들리기만 했습니다.
아마, 이모네 가족이
하늘 어딘가에서 서로를 다시 찾았겠지요.
한때 단란했던 그 가정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저릿하게 일렁였습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무너지는 마음을 안고
책 한 권을 품에 안았습니다.
손에 닿는 종이는 차갑고 얇아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지만
기묘하게도 나보다 더 단단했습니다.
나는 그 속의 문장을
살갗에 붙는 온기처럼 의지했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아무 페이지나 천천히 펼쳤습니다.
글자들이 숨죽이고 웅크려 있다가
내 시선에 닿는 순간,
작은 파문처럼 몸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그것은 억지로 위로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용히,
내 어둠의 무게를 함께 견뎌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해외에서 지내며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이모님을 뵙는 게
나의 작은 희망이었는데,
그 희망은 내 손에서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말없이 떠난 자리만이 남았고,
그 빈자리에서 오래도록 바람 소리가 났습니다.
혹시 지금 당신도
어디선가 금이 가는 소리를 듣고 있다면
책을 조용히 열어보길 바랍니다.
문장 하나가
당신의 오래 굳은 슬픔에
아주 작은 틈을 내줄 수도 있으니까요.
짧은 단어 하나가
당신의 하루를 아주 조금 비틀어
다시 숨 쉬게 만드는 여백이 될지도 모릅니다.
삶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든
그 모양을 다시 깎아내는 도구는
늘 우리의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내가 흘린 생각 하나,
무심히 지나친 말 한 줄이
내일의 방향을 천천히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 속에서 배웠습니다.
사랑도, 상실도, 용서도
결국 우리의 손바닥 안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