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by 지로 Giro



어느 순간부터
말이 줄었다.
해야 할 말보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더 많아졌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어도
내 안쪽에서 문이 하나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크게 닫히는 문이 아니라,
바람이 새지 않도록
천천히 맞물리는 문이었다.

나는 더 이상
모든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부르는 이름들,
기대처럼 던져지는 말들,
설명하라는 눈빛들 앞에서
몸이 먼저 멈췄다.

차가워진 게 아니었다.
몸이 알아본 것이다.
이제는 흘려보내도 되는 것과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을.

조용해지자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누구의 말 옆에 서 있으면
숨이 가빠지는지,
누구의 침묵 곁에서는
숨이 깊어지는지.

예전에는 이유를 찾았고
정답을 만들려 했다.
지금은 다만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조용한 안도처럼 남았다.

나무는 계절이 바뀔 때
소리를 내지 않는다.
잎을 떨구는 동안에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안으로 내려간 것들은
밖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대개 조용히 일어난다.

지금의 나는
사라지는 중이 아니라
깊어지는 중이다.
말이 줄어든 자리에
무게가 생기고,
침묵이 남긴 공간에
숨 쉴 자리가 생긴다.

운은
소란한 곳을 지나친다.
고요한 곳에 머문다.

그래서 나는
이 조용함을 붙잡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 속에서,
무언가가 분명히
자라고 있으므로.

조용해지는 일은
끝이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가는
가장 낮은 목소리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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