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무는 시간

하늘 나라에 가신 큰 이모를 생각하며••••

by 지로 Giro



삶에는 가끔
빛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강한 조명 말고,
창가에 오래 머무는 오후의 햇빛 같은 것.

사람은 그 빛을 읽으며
조용히 숨을 고른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살아 있어도 된다는 감각을
다시 몸에 들이는 시간.

우리가 놓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곁에서
살아 있던 나 자신일 때가 많다.
그때의 온도,
그때의 숨결,
그 감정 속에 잠시 존재했던
다른 형태의 나.

삶이 풍요로운지는
곁에 몇 명이 있느냐로
가늠되지 않는다.
선택의 방향,
침묵의 깊이,
그리고 돌아서기로 한
그 한 번의 결심이
삶의 밀도를 바꾼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속도로 도는 팽이다.
너무 빠르게 회전하면
풍경은 사라지고
자신의 중심도 흐려진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큰 힘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용기다.

삶은
깊이 사랑하되
붙잡지 않는 연습이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잘라내다 보면
어느 순간
원래의 형태를 잃는다.
식물은
자기 방식으로 자랄 때
가장 오래 산다.

화려함을 많이 본 사람의 눈은
멀리까지 닿지만,
사소함에 잠긴 마음은
자기 앞 한 뼘밖에 보지 못한다.
세상은 크거나 작은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시선의 높이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사랑이
자존을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할 때,
그 관계는 이미
끝을 향해 걷고 있다.
낮아진 목소리로 유지되는 관계는
결국 침묵으로 무너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고.
하지만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이다.
치유는
붙잡은 손을 풀기로 한
그 순간에 시작된다.

부디
살아갈 만큼 벌면서도
자신을 소홀히 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속에 머물되
마음만큼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기를.

햇빛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창을 여느냐 닫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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