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놓는 자리

by 지로 Giro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를 어디에 내려놓는지
엄마는 조용히 지켜본다.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지만
발을 담근 자리마다
온도가 다르다.

침대 위에 오래 머문 시간은
몸을 무겁게 만들고
책 위에 내려앉은 시간은
생각을 천천히 키운다.

부지런함에 스며든 시간은
손에 굳은살을 남기고
그 굳은살은
어느 날 삶을 미끄러지지 않게 붙잡아 준다.

시장에 놓인 시간은
사람의 얼굴을 읽게 하고
가정에 머문 시간은
말없이 등을 내어주는 법을 가르친다.

시간은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마음을 어디에 두었는지
그 자리를 기억할 뿐이다.

행동이 있던 곳에
결국 길이 생기고
마음이 머물던 곳에
풍경이 남는다.

자기 마음을 붙들 수 있을 때
시간은 흩어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자라기 시작한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22화제일 값진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