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숫자를 믿으며 살아왔다.
계좌의 잔고, 성과의 그래프, 오르는 곡선들.
그러나 삶의 가장 깊은 밤에
우리를 지켜준 것은
늘 사람의 체온이었다.
비가 쏟아질 때
우산을 들고 말없이 서 있던 사람,
말이 없어도
등을 내어주던 사람.
그들은 아무 증서도 남기지 않았지만
우리의 하루를 무너지지 않게 했다.
돈은 벽을 세우지만,
사람은 문을 만든다.
돌아갈 수 있는 문,
기댈 수 있는 문.
그 문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가족은 오래된 나무 같다.
그늘은 당연해 보이고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폭풍이 올 때마다
가장 먼저 바람을 막아준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안다.
이 생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투자는
불어나지 않는 것,
사라지지 않는 것,
이름 없는 손길에 마음을 맡기는 일이라는 것을.
숫자는 기록되지만,
사람은 남는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의 삶은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