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의 방식

by 지로 Giro


라일락 꽃은 작다

바람 앞에서

쉽게 흔들릴 만큼

그러나

그 작은 몸으로

봄을 가장 먼저 증명한다

어둠은

한 번에 물러가지 않는다

대신

작은 빛 하나를 남긴다

나는 그 빛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라일락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피는 일을 미루지 않듯

행복은

나를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

감사가 먼저

문을 두드렸다

빈 방의 의자 하나

멈추지 않고 도는 시계의 심장

말없이 나를 버텨준 하루

라일락 꽃잎처럼

사소한 것들이

먼저 향기를 내었다

감사는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다

다만

상처 옆에

의자를 하나 놓아준다

라일락 나무 아래

잠시 서도 된다고

지금은 울어도 된다고

그 허락 하나로

사람은

다시 숨을 쉰다

강바닥까지 가라앉았을 때

나는 비로소 알았다

위로 올라가려 애쓰지 않아도

몸은

본래 떠오르게 되어 있다는 것을

라일락이

누가 보든 말든

피어나는 것처럼

에너지는

쥐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

고맙다는 말 하나가

다른 사람의 밤을 지나

다시 나에게 돌아올 때

작은 꽃의 향기처럼

내 안의 어둠은

조금 따뜻해진다

라일락 꽃은 작다

그러나

봄을 설명하는 데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나 또한

크지 않아도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사실

오늘은

그 사실에

조용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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