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여섯 살 큰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주변에 커플이 부쩍 늘었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엄마, 제 주변에 연애하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럼 너도 연애하고 싶어?”
딸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되묻는다.
“엄마, 연애의 끝은 뭐예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잠깐 말을 고른 뒤 대답했다.
“음… 연애의 끝은,
같이 한평생 살아갈 동반자를 찾는 거겠지.
엄마 아빠처럼 말이야.
물론 성격이 맞지 않아서
헤어질 수도 있고.”
딸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엄마, 나는 대학교에 진학한 다음에
이 문제를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어요.”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이 나름의 기준과
선명한 우선순위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따라가려 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할지
이미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아이에게 꼭 가르쳐야 할 것은
연애를 해도 된다, 안 된다가 아니라
자기 삶의 속도를 스스로 정하는 법이라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태도.
남들의 시선보다
자기 기준을 먼저 세우는 용기.
어쩌면 인생도, 사랑도
순서는 비슷한지 모른다.
먼저 나 자신과
단단한 관계를 맺은 사람만이
누군가와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
오늘 딸과의 짧은 대화는
나에게도 조용한 확신을 남겼다.
먼저 나 자신을 잘 살아낸 사람만이
사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혼자서도 충만한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만이
언젠가 둘이 되었을 때도
자기 삶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아이와 나,
각자의 속도로
더 나은 자신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