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계절이 바뀌고

by 지로 Giro

3년 전, 이 계절에
나는 큰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여러 번 왕복했다.
두부 MR 촬영실의 차가운 공기,
의사 앞에 앉아
괜찮다는 말과 괜찮지 않다는 말 사이에서
계속 고개를 끄덕이던 시간들.
중학교 시험 첫날의 사고로
아이는 다리를 다쳤고,
그 다침은 몸에서 끝나지 않았다.
원하지 않던 학교,
그 안에서 받은 상처들,
보이지 않는 폭력들이
아이를 조용히 안쪽으로 무너뜨렸다.
전학을 위해
좋은 중학교 시험을 준비하던 그 시기,
나는 마음과 시간을
갈아 넣듯 하루를 살았다.
아이는 자주 말했다.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다고,
죽을 것 같다고.
그 말은
비명이 아니라
도움의 방식이었다는 걸
그때의 나는
너무 늦게 이해했다.


우울은
그때 우리 집에 내린
소리 없는 눈이었다.
밤사이 쌓여
아침이 되어서야
길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는 눈.
아무도 밟지 않은 마당에
흰 침묵이 쌓여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발자국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곧 녹을 거라고.
봄은 반드시 온다고.
하지만 그 겨울 한가운데에 있던 우리는
미래의 온도를
믿을 힘이 없었다.


우울은
깨진 유리컵 같았다.
손에 쥐고 있으면 아프고
놓아두어도
조각들이 시야를 가렸다.
피는 나지 않는데
마음은 계속 베였다.
그래도
균열은 전부 상처는 아니었다.
빛은
완벽한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금이 간 틈으로만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어둠 속에서
씨앗은 묻지 않는다.
얼마나 깊이 묻혔는지,
언제 꺼내질 수 있는지.
다만
위로 자라려는 본능 하나로
시간을 견딘다.
그러니
오늘 웃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피지 않아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눈 속에 묻힌 씨앗은
아직
살아 있다.
당신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 느린 숨 하나가
이미
봄의 연습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회복한 지금 다시 돌아보면

걸어온 발자국 마음이 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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