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옷을 입은 채
하루를 건넌다
벗으려 할수록
더 무거워지는 하루
말라버릴 것이라 믿고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시간은 햇빛이 되지 못했다
이 피로는
잠으로도
땀으로도
웃음으로도
빠져나가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 오래
삶이 아닌 것들을
삶이라 불러왔다
숫자와 이름과 자리와
남들이 붙여준 의미 속에서
숨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
어릴 적
우리는 단순했다
배가 고프면 울었고
기쁘면 뛰었고
슬프면 안겼다
그때의 나는
행복을 배우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른이 된 우리는
행복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쌓았고
그 무게에 눌려
스스로를 잃었다
불안은
바깥에서 오지 않는다
불안은
자기 자신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었을 때
조용히 자라난다
방법은 두 가지뿐
한 발 내딛거나
두 손을 놓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선택조차
사실은
불안을 선택하는 일
그래서 오늘
나는 아주 작은 일을 한다
하나를 내려놓는다
잘 살기 위해
덜 가지기로
더 빨리 가기 위해
잠시 멈추기로
행복은
누가 건네주는 물건이 아니라
스스로의 체온으로
조용히 데워지는 것
마침내 알게 된다
인생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아내야 할
단 하나의 문장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문장은
이렇게 짧다
오늘을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