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백 미터 앞에서
시야가 멈췄다
보이지 않는 공간 한가운데서
나는 펜을 들었다
떠오르는 생각은 없고
길도 흐렸다
그래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 날
나는 숨만 남겼다
시간은 흘렀고
아픔은 남았다
치유는
지나감이 아니라
이해였다
잠시 시들어도 괜찮다
잎은 빛 앞에서 접힌다
사랑은
서로의 상처를
견디는 일
웃음은
어른의 얇은 방패
먹고
잠들고
말하지 않은 말을 남기지 않는 것
문이 닫히면
한 번은
밀어본다
숨이 남아 있다면
길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