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어른이 되자.

by 지로 Giro

우리는
시간을 산다기보다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하루는
작은 조각칼
무심히 쓰다 보면
어느새
얼굴이 된다
해야 할 일을
뒤에 세워두고
하고 싶은 것만
앞에 두면


손은 가벼워 보이지만
끝내
아무것도 안 남는다
뿌리 없이
피우는 꽃은
향기를 모른다
목표 없는 노력은
바람을 거슬러
제자리에서
숨을 고르는 일
방향이 생길 때
발은
비로소
다른 풍경을 밟는다


성장은
누군가를 넘는 일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내가
조용히
불러오는 것
충만함에는
두 개의 문만 있다
사랑하는 일을 향해 열리거나
지금의 자리를
사랑하게 되거나
어느 쪽이든
도착지는
나 자신이다


세상에는
내보일 수 있는 취미가 있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좋아함이 있다
진짜 성공은
합격선 너머가 아니라
하루 끝에서
스스로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지
자기 불편함을 깔아
타인의 편안함을 세우는 일은
성숙이 아니다


그건
나를
값싸게 쓰는 법일 뿐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
우리는
남의 눈동자 속에
집을 짓는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무너진다


한쪽만 줄어드는 관계에서는
사랑이 말라
당연함만 남는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세우지 못한 사람은
그 어떤 마음도
끝까지
지켜 들지 못한다
삶은 자주
어깨에 무게를 올린다
그럼에도
작은 기적은

낮은 곳에 숨어 있다


창가의 빛
뜻밖의 문장
그러니
잠시 낮아진 지형 때문에
빛을 밀어내지 말자
오늘을 살고
삶을 안고
다시
한 발을 내디디면
행복은
소리 없이
문 앞에 와 있다


고급스러움이란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덜 흔들리는 것
비교를 내려놓고
하루를 정돈하고
감정의 낭비를 멈추는 일
자기 삶의 결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


그 사람이
어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길 위에 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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