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by 지로 Giro

아이의 마음은, 지금 비바람 속에 있는 섬이다
열 여섯살 을 넘긴 큰 아이의 마음은
아직 다리가 놓이지 않은 섬 같다.
말을 건너가려 하면 파도가 먼저 일고,
다가가려 할수록 바람은 더 거세진다.


부모는 그 바람을
‘반항’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이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아이의 감정은
정리되지 않은 방이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지도다.
어디가 북쪽인지 몰라
자주 방향을 잃을 뿐이다.
이 시기의 아이는
이해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


그 욕구는
소리 없는 파도처럼
매일 마음의 벽을 두드린다.
아이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은
부모가 정답을 말할 때가 아니라
판단을 내려놓을 때다.
꾸짖지 않는 침묵,
서두르지 않는 질문,
고치려 들지 않는 눈빛.
그 안에서 아이는 비로소
“여기는 안전해”라고 느낀다.


안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쫓겨나지 않는 곳이다.
부모의 마음에도
사실은 사춘기가 있다.
내가 옳다는 확신,
내가 겪어본 세상,
내가 알고 있는 방식.
그 믿음이 단단할수록
아이의 말은 끼어들 자리를 잃는다.
아이의 감정을 바꾸기 전에
부모는 먼저
자신의 인식을 돌아봐야 한다.


감정은 사건이 아니라
생각이 만든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아이를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가는 일이 아니라
아이 곁에서
같이 걷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모든 아이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어떤 아이의 빛은
아직 켜지기도 전에 꺼진다.
공부는 점수를 향해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여행이어야 한다.
그 여행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이 아니라
동행자다.


같이 걷고,
같이 앉고,
같이 말없이 하늘을 보는 시간.
그 시간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의 감정은 여기 머물러도 괜찮아.”


우리가 ‘반역’이라 부르는 순간들 속에는
사실 이런 문장이 숨어 있다.
“나를 이해해 주세요.”
“나를 존중해 주세요.”
“나도 나로 살고 싶어요.”
그 문장을 읽어낼 수 있을 때,
부모는 비로소
아이의 적이 아니라
아이의 편이 된다.
그리고 그때,
섬과 섬 사이에
조용히 다리가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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