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라 하면 대개 좋지 않은 것을 떠올린다. 몸에 해로운 습관, 마음을 갉아먹는 탐닉, 이성마저 마비시키는 집착. 하지만 세상 모든 중독 중에, 글쓰기만큼은 예외가 아닐까 싶다.
나는 요즘 문득문득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는다. 다른 사람들은 유튜브의 끝없는 추천 영상에 몸을 맡기거나, 짧은 틱톡 영상의 유혹에 빠져든다지만, 나는 그 유혹을 살짝 비켜나 글쓰기에 몰두한다. 마치 누군가 나를 글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종이 위를 스치는 펜촉 소리, 키보드 위에서 톡톡 울리는 타자음은 어느새 나를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마치 마음속에 한 줄기 맑은 샘이 솟아오르는 기분이다. 현실의 소음과 번잡함은 저 멀리 밀려나고, 나와 문장만이 이 작은 우주를 채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내 안에 숨어 있던 나 자신을 만난다. 평소에는 무심히 흘려보내던 사소한 감정들,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작은 풍경들이 문장 속에 살아나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태어난다. 마치 혼란스러운 마음의 숲을 헤치고 나와, 햇살 아래에서 숨을 고르는 것 같다.
누군가는 “글쓰기 중독이라니,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묻겠지만, 나는 이만큼 좋은 중독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글쓰기는 나를 무너뜨리는 중독이 아니라, 나를 다시 세우는 중독이니까.
이 중독의 끝에는 늘 나만의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다다랐을 때, 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정직해진다. 글쓰기란 결국, 내가 나의 내심의 소리를 나의 해석으로 처리하는 생활상 한개의 시스템이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