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을 버리는 순간

by 지로 Giro

나는 한동안
손에 쥔 것들이
나를 지켜준다고 믿었다
이미 끝난 말들
되돌릴 수 없는 장면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의 그림자까지
놓치지 않으려
손바닥에 힘을 주고 살았다
그러나
아픈 것은 늘
붙잡고 있는 쪽이었다
과거는
이미 식어버린 물인데
나는 계속 손을 담근 채
온기를 찾고 있었다
미래는
아직 비가 오지 않은 하늘인데
젖을까 봐
우산을 펼친 채 걷고 있었다
지금은
숨이 쉬어지는 자리였지만
나는 늘
다른 시간에 서 있었다
집착은
쇠사슬이 아니라
스스로 묶은 실이었다
끊지 못한 이유는
아직 버틸 수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제야 안다
놓는다는 것은
비워지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감각이
다시 흐르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과거는
더 이상 나를 부르지 않고
미래는
아직 이름을 갖지 않았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채
숨을 쉬기로 했다
힘을 빼자
손바닥에
빛이 남았다
집착을 내려놓았을 뿐인데
삶은
이렇게
조용히
나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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