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모든 문을 밀어서 열려고 했다
열리지 않는 이유를
문 탓으로 여기면서
과거는 이미 지나간 강인데
나는 자꾸 물속으로 손을 넣어
젖은 기억을 끌어올렸다
차갑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의 말은
돌처럼 날아와
하루의 중심에 가라앉았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은
늘 먼저 숨을 막았다
어제,
한 친구가 말했다
사춘기를 건너는 아이와
일주일째 말을 섞지 못하고 있다고
집 안의 공기가
유리처럼 얇아졌다고
나는 그에게
싸움의 원인을 묻지 않았다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도
묻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아이도 지금
자기 안에서
처음 겪는 폭풍을 지나고 있다고
침묵은 방패가 아니라
서로를 더 멀게 하는 벽이 될 수도 있다고
그 말을 하며
나는 알았다
그 조언은
사실 오래전의 나에게
건네는 말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나를 막고 있던 것은
세상이 아니라
스스로 움켜쥔 마음이었다는 것을
나는 조금씩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
지나간 일 앞에서
몸을 굽히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을 두었고
타인의 눈길을
거울 삼지 않기로 했다
비친 얼굴이
언제나 나의 것은 아니었으므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일들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불안은
예고 없이 오는 것이 더 정직하니까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 앞에서는
더 이상 기도를 세지 않았다
강물은
잡으려 할수록 빠져나가니까
사람은
각자의 속도로 흐른다
어떤 이는 범람하고
어떤 이는 말라가지만
그 모두가
강의 방식이다
타인을 그대로 두자
내 손도 함께 풀렸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그 자리에 놓아두자
비로소 숨이 돌아왔다
세상은 여전히 같은 얼굴인데
내 눈이
조금 낮아졌을 뿐인데
모서리들이 둥글어졌다
대립은
나를 그 자리에 묶어두었고
수용은
말없이 다음 계절로 데려갔다
마음이 풀릴 때
길은 생긴다
앞에 있지 않아도
이미
내 발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