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늘 손에 쥔 작은 빛에서 시작된다
스크롤은 내려가지만
마음은 내려가지 않는다
밝아진 화면 속에서
나는 점점 어두워지고
괜찮다는 얼굴은
외출용으로만 남아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숨을 얇게 쉰다
웃음은 가볍게 얹고
심장은 안쪽으로 접는다
할 일 목록 앞에 서면
몸은 이유 없이
물이 차오른 방처럼
조용히 눅눅해진다
불안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다만
과거의 문을 열어 두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침대 옆에 앉힌다
이미 끝난 일들이
다시 말을 걸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먼저 아파 온다
누군가는
시험지 위에서 숨이 막히고
누군가는
사람의 눈빛에서 길을 잃고
누군가는
자신의 몸을 의심하며
매일 확인 버튼을 누른다
불안은
나이를 묻지 않고
직함을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몸에
다른 무게로 앉는다
이 책은 말한다
불안을 없애지 말라고
몰아내지 말고
수위를 재라고
열까지 차오르던 감정을
하나로 낮추는 일
파도를 멈추는 대신
돛의 각도를 바꾸는 일
평온이란
아무 일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법을
몸이 기억하는 것이라고
모두의
안전한 섬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먼저
자신의 안쪽에
작은 피난처 하나
남겨 두라고
이 책은
나를 고치지 않는다
다만
나를 덜 몰아붙이게 한다
어느 날
휴대폰을 내려놓고
조금 늦게 숨을 쉬는 밤
나는 알게 된다
아,
삶은
이 정도의 불안과 함께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구나
출장중 카페에서 글을 쓸수 있다는거에 너무 감사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