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만 바꿨는데.

by 지로 Giro

요즘 나는
내일을 앞질러 살지 않으려 애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의 얼굴을
미리 상상하며 겁먹지 않기로 했다.
내일의 불안은
내일의 몫이므로.
과거는 종종 나를 붙잡는다.
그날의 말, 그날의 선택,
조금만 달랐어도 달라졌을 장면들.
그러나 나는 이제
뒤돌아선 채로 걷지 않기로 했다.
뒤에서 끌어당기는 손을
조용히 풀어내는 연습을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다.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일.
오늘의 선택 하나를
끝까지 살아보는 일.
그리고
지금 이 마음이 어떤 결을 가지고 있는지
가만히 듣는 일.
불안은 늘
생각에서 시작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장면을
마치 이미 일어난 일처럼
몸에 먼저 새긴다.
그래서 나는
생각보다 발을 먼저 내딛기로 했다.
작은 행동 하나가
커다란 상상을 이긴다는 걸
여러 번 배웠기 때문이다.
가끔은
“별일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삶은 언제나
커다란 의미를 요구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날들이
작은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그 위에
너무 무거운 이름을 붙인다.
시간은
말이 없는 의사다.
아프다고 다그치지 않고,
지금 당장 낫지 않아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며 고친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믿기로 했다.
압박은
나를 부서뜨리기보다
모양을 바꿔 놓았다.
그 무게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연약한 형태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눌린 자리마다
조금 더 단단해진 것을
이제는 안다.
꽃은
서두르지 않는다.
자신이 꽃이라는 사실을
미리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열린다.
나는 그 리듬을
내 삶에도 허락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으려 애쓰던 날들을
나는 천천히 떠나보낸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얼굴 앞에서
나를 줄이지 않기로 했다.
진짜 나로 서 있을 때만
같은 온도의 사람들이
곁에 남는다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되었으므로.
불안은
적이 아니다.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감정 하나일 뿐.
나는 오늘도
그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옆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산다.
내일을 당겨오지 않고,
어제를 끌어안지 않은 채.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깨어 있는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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