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나는 덜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말이
피부를 스치듯 지나가고
그 말의 온도를
굳이 재지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타인의 시선을 빌려
나를 해석하곤 했다.
말 한마디에
몸이 먼저 반응했고,
표정 하나에
하루의 기압이 바뀌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은 늘 먼저 다쳤다.
그러다
혼자 있는 시간을 선택했다.
고요는 처음엔
낯설었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시간,
아무도 나를 규정하지 않는 공간.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 숨의 속도를 되찾았다.
혼자 있다는 것은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이
잠시 빠져나간 상태라는 걸
그때 알았다.
누군가의 말이
나를 통과하지 못하고
문 앞에서 멈추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상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중심이 되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말이 많고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건드리지만
나는
그 모든 것 위에
조용히 나를 내려놓는다.
삶은 조금 가벼워졌다.
불필요한 힘을
받지 않게 되자
나는 비로소
나를 돌볼 여유를 가졌다.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
나를 변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아마도 이것이
어른이 된다는 감각일 것이다.
모든 것에 반응하지 않고
모든 일에 휘말리지 않는 능력.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
요즘의 나는
나를 조금 더 믿는다.
그리고
이 믿음이
세상 어떤 말보다
나를 단단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