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대첩 기념비를 찾아서

by 지로 Giro


오늘,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다
마치 오래된 이름들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듯
구불구불한 길은
말없이 나를 이끌었고
바람은 마른 나무잎 사이에서
낡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기념비 앞에 섰을 때
돌은 여전히 서 있었지만
주변의 시간은
아무도 돌보지 않은 얼굴로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잡초는 역사를 덮고
침묵은 설명을 대신했다
그 틈에서
내 마음이 먼저 아파왔다
기억이 이렇게
방치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러나
돌에 새겨진 글 위로
햇빛은 공평하게 내려앉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시 읽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돌보지 못한 오늘의 우리 대신
끝내 물러서지 않았던
그날의 용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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