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켜낸 이들, 그리고 남겨진 가족

by 지로 Giro


시아버지는 늘 집안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큰형님의 딸, 그러니까 고모에 대해 말씀하시곤 했다. “항일 영웅 집안에 시집갔다”고 자랑 섞인 말로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나는 그저 웃으며 넘어가곤 했다. 솔직히 나는 그저 그런 이야기려니 하고 귀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동남아시아 역사를 얼마나 알겠는가 싶기도 했고,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이주해 아이들을 키우며 역사책을 접하고, 현지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가 많아지자, 나는 비로소 그 이야기를 다시 곱씹게 되었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 곳곳에 나오는 이름, 그 이름 속에 깃든 무게가 내 일상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시아버지가 말하던 고모의 남편은 바로 Lim Bo Seng의 아들이었다는 이야기. Lim Bo Seng –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독립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항일 영웅.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 고모조차 시아버지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 시대에 나라를 지키려 싸웠던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나아갔던 곳은 전선이었고, 그들이 맞서야 했던 것은 강압적인 힘과 억압이었다. 가족은 뒷전이었다. 남은 사람들은 그저 그리움 속에 살아야 했을 뿐이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의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자유를 향해 몸을 던진 이들, 그들의 이름과 얼굴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내가 사는 이 땅, 싱가포르. 이곳의 평화와 번영도,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책 속 이야기들도, 다름 아닌 그 시대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 고모의 남편, 시아버지가 늘 이야기하시던 그분들, 그리고 그들이 끝내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현재의 일부다.


오늘 나는 아이들에게 고모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단순히 “영웅의 가족”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느라 사랑하는 가족을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평화가 있고, 우리가 이곳에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해주려 한다.

요즘 한국 쇼츠에서 역사사진 복원 이떴다.한복을 입고 경북궁을 거니는 유관순 열사 가 너무 아름다웠다.그리고 눈물이 났다. 그도 누구의 예쁜 딸이 였으니……

싱가포르 도 역사사진 AI 복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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