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by 지로 Giro

3년간 나는 두 아이와 상하이와 싱가포르에서 이상한 두 집 살림을 했다. 남편은 싱가포르로 돌아갔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홀로 이 도시에서 내 일을 이어가야 했다. 반나절씩 오는 도우미와 가끔 도움을 주는 친정엄마 덕분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부터 내 커리어까지,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 방식대로 밀고 나갔다. 오히려 바쁘고 혼자라는 사실에 신이 났다. 남편은 3개월에 한 번씩 상하이에 잠깐 나타났다. 그러다 아이들 학교에서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혼설까지 돌았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시작됐다. 모든 계획이 산산조각 났다. 싱가포르로의 이사, 그리고 남편과의 갈등은 깊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편은 내가 하는 모든 일에 트집을 잡았다.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게 된 우리는, 하루하루 날카롭게 부딪혔다.

어느 날, 페이스북 메신저에 알림이 떴다.

"나를 알고 계실 거예요."

상하이에서 자선 모임에서 만났다는 남자, Raymon이었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봤다. 그렇다, 상하이에서 자선 행사에 참석했을 때 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었다. 그는 영국의 사업가였고, 종종 상하이에 출장을 오곤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부인이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나는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날 이후, 그의 메시지는 매일같이 도착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아이들은 잘 지내요?”, “밥은 챙겨 드셨나요?”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낯선 땅에서 친구도 없이 남편과 싸우던 나에게 그의 안부는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아이들의 현지 적응 문제에 대해 설루션을 제시해 주던 그 남자에게 나는 조금씩 마음을 빼앗겼다. 남편도 그 기류를 눈치챈 듯했다. 나는 내 결혼생활에는 ‘불륜’ 같은 단어는 없다고 믿었던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 메신저 알림을 조심히 숨기고, 그가 전화를 걸어오면 집 밖 수영장 근처로 나가 받았다.


결국, 남편과의 싸움은 이혼 이야기까지 번졌다. Raymon은 말했다. “내가 당신과 아이들을 모두 책임지겠다.” 그의 재력이 있었기에 그 말은 현실적으로 들렸다. 4개월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그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영국의 자산을 정리하고 싱가포르로 가려는데, 계약 파기로 인해 배상금이 필요해요. 30만 파운드만 있으면 됩니다. 정리 후에는 2000만 파운드를 들고 갈 거예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스캠을 당하고 있구나.’

아무리 마음이 허약해졌더라도, 이런 뻔한 공작에 넘어갈 수는 없었다. 나는 곧바로 이성을 되찾았다. 사람은 힘들고 마음이 지쳤을 때, 가장 큰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나는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이 세상에는 여전히 같은 수법에 걸려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AI가 날로 발전하는 지금, 사기의 방식도 더 정교해질 테니.


이제는 알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아이유도 아니고 애 둘 딸린 나이 많은 여자를 어느 재력가가 한눈에 반하겠는가? 찐사랑은 있겠지만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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