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개장

by 지로 Giro

남편은 이번에 경상남도로 출장을 갔다. 익숙지 않은 지방의 공기, 그리고 낯선 사투리와 함께 PaPago가 작동을 멈췄다. 주변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조차 없어서, 남편은 나에게 메뉴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육개장과 소자 순대를 주문할 수 있도록 원거리에서 도왔다.우리가 흔히 아는 육개장은 토란과 소고기, 고사리나물, 계란이 듬뿍 들어간 육개장은 밥 한공기 뚝딱 말아 먹으면 진짜 땀이 쫙 나면서 기분이 좋은 그런 음식이다.. 뚝배기에서 피어오르는 김, 얼큰한 국물이 혀끝을 스치는 듯한 상상을 하며 나는 남편의 식사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남편이 받은 음식은 사진 속 그 맛깔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허탈하게 보내온 사진 속 음식은, 정성보다는 대충 덜어낸 듯한 한 그릇에 불과했다.


계산은 이만 사천 원. 물론, 나는 자영업자분들이 얼마나 힘든 세상 속에서 버티고 있는지 안다. 그래서 어느 지역을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이 음식은 그 값을 정당화하기에 너무도 부족했다. 마치 어느 동네 분식집에서 만원에 나오는 것보다도 덜한 음식 같았다.


싱가포르에 와서, 늘 한국에 돌아가면 먹을 것이 없다던 주변 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것 같았다. 제주도 여행 중, 아이들이 신기해해서 들어간 투어 식당에서 욕지거리를 듣고 음식을 남긴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K-푸드.

누군가에게는 K-드라마나 K-코스메틱만큼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고, 간판이다. 맛있고 정성 가득한 한 그릇의 음식은 그 자체로 한국을 알리는 문화이자 이야기다. 그런데 이건… 너무 민망했다. 차라리 남편에게 "편의점 삼각김밥이라도 사 먹으라" 할 걸 그랬다.


이 경험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의 식당 문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태도와 자부심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한 그릇의 음식은 단순한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지역, 한 나라의 얼굴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얼굴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게 될 때가 있다.

어느지역을 비하하는 글이 아니기에 오해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대한미국엔 K푸드 자부심을 갖고 노력하시는 자영업 자들 엄청 많습니다. 노력하시는 분들께는 감사 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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