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빛

by 지로 Giro

마음은
바람 부는 호수였다
나는 늘
파도에게 길을 물었고
물결이 흔들릴수록
답은 더 멀어졌다
어느 날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노를 내려놓고
호수 위에 손을 풀었다
그러자
물은 스스로 가라앉았고
가라앉은 물 아래서
하늘이 다시 비쳤다
불평은
돌을 던지는 일이었고
성찰은
돌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돌이 멈추자
물은 다시 투명해졌고
나는 그제야
내 얼굴을 보았다
분노는 불꽃이었고
고요는 숨이었다
불은 숨 없이 오래 타지 못했다
고요해질수록
두려움은 작아지고
욕심은 가벼워졌다
상처는
찢어진 종이가 아니라
접혀 있던 지도였다
나는 이제
어둠을 밀어내지 않는다
촛불 하나를 켠다
길은
언제나 거기 있었고
고요는
그 길을 밝히는
가장 오래된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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