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자꾸만 나를
가득 채워진 잔처럼 흔들 때
나는 넘치지 않으려
숨을 삼킨다
사람들은 말한다
비어 있으면 뒤처진다고
멈추면 잃어버린다고
하지만 강은
늘 흐르지 않는다
어느 구간에서는
스스로를 깊게 가라앉혀
물빛을 고요히 모은다
여백은
텅 빈 방이 아니라
씨앗이 숨 쉬는 흙
꽃이 피기 전
어둠 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시간
지친 날의 침묵은
게으름이 아니라
부러지지 않기 위한 휘어짐
해가 지는 하늘이
실패가 아니듯
마음의 저녁도
하루의 일부일 뿐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은
서랍에 넣어두자
시간이라는 바람이
언젠가 먼지를 털어줄 테니
두 손에 아무것도 없다고
텅 빈 것은 아니다
멈출 수 있는 사람만이
다시 걸어갈 힘을 안다
언젠가
과거의 파도도
미래의 안개도
더는 나를 흔들지 않는 날
그날의 나는
알게 되리라
인생은
무엇을 더 얹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강을
깊게,
조용히,
흐르게 하는 일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