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어린 나와 작별하며

by 지로 Giro

겨울 강가에 서 있으면
얼음 아래로
아직 흐르고 있는 물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를
오래된 내 이름이라고 부른다
아무도 모르게
금이 간 채로
자라 버린 시간들
어린 날의 나는
주머니 속에 작은 돌을 넣고 다녔다
버려진 말들,
끝내 울지 못한 오후들,
식탁 위에 남겨진 한숨 같은 것들
그 돌이 자라
어른의 심장이 되었다는 걸
나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강해지라고
단단해지라고
흔들리지 말라고
그러나 얼음은
단단할수록
먼저 깨진다
책은 말한다
불을 끄려면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나는 이제
내 안의 불길을
남의 얼굴에서 찾지 않는다
분노는
칼날이 아니라
녹지 못한 눈(雪)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손을 대면
차갑게 아프고
놓아두면
조용히 스며드는 것
내 안에는 아직
작은 아이 하나가
창가에 앉아 있다
아무도 모르게
자기 그림자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쓰다듬는 아이
나는 그 아이에게
묻지 않는다
왜 아직 거기 있느냐고
대신
옆에 앉는다
말없이
바람이 지나가고
강물이 흐르고
밤이 내려오듯
고통도
그저 하나의 계절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안다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금이 간 채로
빛을 통과시키는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나를 고치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더
투명해지기로 한다
얼음 아래에서
여전히 흐르고 있는
그 물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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