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타인의 눈빛을 닦으며 살았다.
내가 흘린 물이 아닌데도
젖은 바닥을 닦아야 한다고 믿었다.
누군가의 기분이 흐리면
내 하루가 비가 되었다.
세상은 늘 나를 향해
작은 질문을 던졌다.
왜 더 잘하지 못하느냐고.
왜 아이를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느냐고.
왜 사람들의 마음을 다 품지 못하느냐고.
나는 그 질문을
가슴 안에 돌처럼 넣고 다녔다.
점점 무거워졌다.
숨이 가빠졌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바람은
붙잡는다고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누군가 답장을 하지 않는 밤,
휴대폰 화면이 어둡게 식어가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이 더 빨리 식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때 나는 알았다.
저 어둠은
그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니다.
나는 화면을 뒤집어 놓았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들어오는 바람에게
그를 맡겼다.
“그냥 두어라.”
그 말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체온을 되찾게 했다.
아이의 손을 너무 오래 잡고 있으면
그 아이는
자기 체온을 모르는 사람이 된다.
넘어지지 않게 품에 안으면
다리의 힘을 잊어버린다.
나는 한 발 물러섰다.
아이가 쌓은 비뚤어진 블록을
고쳐주지 않았다.
그 모양이 무엇이냐 묻지 않고
왜 그렇게 쌓았는지 물었다.
아이의 눈이
처음으로 스스로를 설명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지켜본다는 것은
방치가 아니라
신뢰라는 것을.
누군가 나를 오해하는 날,
나는 더 이상
해명으로 나를 소모하지 않는다.
말은 흙처럼
각자의 손에 묻는다.
씻는 일도
각자의 몫이다.
나는 이제
남의 감정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들의 분노,
그들의 침묵,
그들의 불공평은
그들의 그림자다.
나는 내 그림자만 밟으며 걷는다.
“그냥 두어라”는
사람을 버리는 말이 아니다.
붙잡고 있던 나를
놓아주는 말이다.
세상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그러나 내 안에는
조용한 눈이 내린다.
나는 더 이상
모든 것을 바로 세우려 하지 않는다.
바람에게 맡길 것은 맡기고
내 손에 남은 것만 따뜻하게 쥔다.
그렇게
하나씩 내려놓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알게 된다.
삶은
붙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도록 두어야
제 모양을 드러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