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을땐

by 지로 Giro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의자 하나가 남아 있다.
아직 따뜻하지도, 완전히 식지도 않은 온도.
나는 그 위에 앉아
내 안에서 천천히 식어가던 이름들을 만져본다.
혼자라는 말은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아무도 아직 불러주지 않은 숲의 이름 같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 위에서
발자국은 처음으로
자기 모양을 갖는다.
나는 내 그림자를 앞세우고 걷는다.
그림자는 말이 없지만,
내가 아직 빛 속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외로움은 문이 아니라
문틈으로 들어오는 저녁의 바람이다.
보이지 않지만
커튼이 아주 조금 흔들린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혼자라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지워진 상태가 아니라,
아직 누구의 문장 속에도
완전히 쓰이지 않은 한 줄의 문장.
그래서 나는
나를 천천히 읽는다.
소리 내지 않고,
지워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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