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에 대한 단상

by 지로 Giro


집착은 마른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사귀 같다.
계절은 이미 바뀌었는데,
혼자만 바람을 거슬러 붙어 있다.
떨어지면 끝날 것처럼,
그러나 실은 떨어져야 비로소 흙으로 돌아가
다시 봄을 준비할 수 있는데도.
집착은 가슴에 숨겨둔 작은 돌멩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가지만
걸음마다 미묘하게 균형을 흐트러뜨린다.
우리는 그 돌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더 곧게 걸으려 애쓴다.
아픔을 인정하는 대신,
버티는 법을 배운다.
집착은 이미 떠난 배를 향해
끝까지 흔드는 손짓과도 같다.
배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는데
손은 여전히 허공을 붙잡고 있다.
그 손을 내리지 못해
정작 눈앞의 바다는 보지 못한다.
어쩌면 집착은
꺼진 불씨를 품고 있는 재와 같다.
따뜻했던 기억, 빛났던 순간,
그 잔열을 놓지 못해
차가운 재를 가슴에 안고 사는 일.
하지만 재는 불이 아니다.
불은 이미 그 역할을 다했다.
집착은
물을 손에 가두려는 일과도 닮았다.
꽉 쥘수록 더 빨리 흘러내린다.
손을 펴야만
비로소 그 물이
잠시라도 고여 빛을 비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집착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려는 연어처럼
지치도록 헤엄친다.
그러나 모든 시간은
결국 앞으로만 흐른다.
거슬러 오르느라 소모한 힘으로
우리는 오늘을 살지 못한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나뭇잎이 스스로 가지를 놓는 순간처럼
조용한 결단이다.
요란하지 않고,
비장하지도 않다.
그저
“이제는 괜찮다”는 속삭임.
집착이 움켜쥔 주먹이라면
평온은 편 손이다.
편 손 위에는
햇빛도, 바람도,
새로운 계절도
가만히 내려앉을 수 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9화홀로 있을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