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

by 지로 Giro

우리는 모두
바다 위에 떠 있는
하얀 빙산 하나씩을 품고 산다
보이는 것은
차가운 끝
짧은 말 한마디
굳은 표정
돌아선 등
그러나 물 아래에는
말하지 못한 울음이 있고
어린 날의 방 한구석이 있고
떠나지 말아 달라던
작은 아이가 웅크려 있다
너의 침묵은
나에게는 벽이었고
나의 예민함은
너에게는 파도였다
우리는 서로의 끝에 부딪히며
“왜 이렇게 차가워?”
묻지만
사실은
녹지 못한 겨울을
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은
빙산을 깨는 일이 아니라
조금 멀리서
물결을 낮추고
“나는 네가 보이지 않는 곳을
상상해 보려 해”
말해주는 일
그 한마디가
햇빛이 되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얼음을
물로 바꾼다

매거진의 이전글지켜주지 못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