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사랑하는 방법

by 지로 Giro


예전의 나는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떨리는 잎사귀였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금이 가고
눈빛 하나에
파도가 일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장면을
밤마다 불러내
상처 위에 상처를 덧칠하던 날들
나는
타인의 날씨를 예보처럼 받아 적는
작은 섬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조용히 혼자가 되었다
적막은 처음에
차가운 방 같았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텅 빈 공기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알았다
고요는 공백이 아니라
문(門)이라는 것을
밖으로 향하던 시선이
처음으로
내 안으로 돌아오는 문
혼자 있는 시간은
맑은 거울이 되어
묻는다
“너는
너를 어떻게 보고 있니”
상처란
말이 아니라
그 말 위에 얹은 나의 해석이었다
남의 말은 바람이었는데
나는
그 바람에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붙이고
결국 폭풍으로 키웠다
누군가의 몇 마디에
하루가 무너질 때
나는 이미
내 마음의 리모컨을
남의 손에 건네주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바람을
바람으로 두기 시작했다
흔들리되
뿌리는 깊게
스쳐 가게 두고
붙잡지 않았다
“그건 당신의 말이고
이건 나의 삶이다”
나는
나의 하루를 돌보는 사람
나의 감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다
강해진다는 것은
높이 외치는 일이 아니라
조용히 내려놓는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세상에 무심할 때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충분히 집중할 때
모든 것을 붙들려 하지 않고
일어날 것은 일어나게 두는 태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잠시 내려놓는 용기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사라진 사람이
평온을 남겼다면
그건 상실이 아니라
정리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내 에너지는
모래처럼 새어 나갔다
나를 지치게 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집착이었다
우리는
타인의 말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해석 속에 산다
이제 나는 안다
인생은
거대한 무대가 아니라
작은 정원이라는 것을
누가 꽃을 평가하든
나는 물을 주고
햇빛을 쬐고
계절을 기다리면 된다
내 가치는
박수 소리에 있지 않고
내가 남긴 향기에 있다
나는 이제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나무처럼
오늘도
조용히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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