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천막 뒤의 충격
싱가포르에 이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어느날, 평소처럼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해산물 푸드코트를 찾았다. 항상 손님들로 북적이던 곳, 고소한 굴전 냄새와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어우러진 그 익숙한 공간은, 그날 따라 어딘가 낯설었다.
푸드코트 한켠에 하얀 가벽이 세워져 있었고, 평소보다 손님도 현저히 줄어 있었다. 자리 하나를 고르려던 찰나, 가게 주인이 다가왔다.
“손님, 꼭 그 자리에 앉으셔야겠어요? 괜찮으시겠어요?”
수십 번도 더 드나든 곳이었지만, 그날은 무언가 기묘했다. 그 말 속에는 알 수 없는 망설임과 조심스러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여전히 눈치채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고, 마침내 남편이 몇 분 뒤에 도착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끌었다.
"왜? 무슨 일이야?" 나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그의 표정은 긴장감으로 굳어 있었고, 이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저 흰 가벽 안에 관이 있어. 며칠 동안 저기서 징례식이 진행될 거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눈앞의 일상이 단숨에 비일상으로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날은 멀찍이 떨어진 다른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지만,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온몸이 얼어붙고, 기분은 흩어져버렸다.
그날 이후, 나는 싱가포르 HDB 단지 어디에선가 하얀 천막이나 노란 천막이 쳐진 공간을 보기만 해도 돌아서게 되었다. 나는 귀신을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찜찜함이 남았다. 흔한 죽음의 풍경이 일상 속에 너무도 가깝게 스며드는 문화. 그 경계가 너무 얇아, 나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날 이후,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벽을 내 안에 세우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얀 천막 너머의 세계가, 아직도 나를 붙잡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