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속의 미스터리 여인

by 지로 Giro


나는 어려서부터 미스터리 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그 꿈의 싹은 아주 오래전, 여섯 살의 어느 집 안 구석에서, 나도 모르게 움트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치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 갇혀 있었다. 하루 종일 아무도 없는 집. 아빠는 퇴근이 늦었고, 엄마는 남동생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터로 갔다. 언니는 학교에 가버렸다. 나는 텅 빈 집을 지키는 유일한 아이였다.


낮에는 만화책과 그림책으로 시간을 죽였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고개를 들면, 벽에 붙은 화보 속 여인의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웃고 있는 그림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녀는 내게 말을 걸 듯 웃었고, 입을 크게 벌리더니 마치 무언가 속삭이는 듯한 기괴한 표정으로 바뀌곤 했다. 가끔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는 듯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매일 화보를 쳐다보다가 무서움에 몸을 떨며 자리에 주저앉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해결책을 떠올렸다. 엄마가 나를 위해 사준 스케치북. 그 속에서 한 장을 찢어내어 밥풀을 이겨 접착제로 삼아, 그 무서운 화보 위에 덧붙였다. 눈이 보이지 않도록, 입도 가리도록. 그렇게 나는 잠시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종이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다시 무언가의 시선을 느끼며 화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종이를 붙이고, 또다시 사라지고, 그 반복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결국 나는 결심했다. 탈출을 하자.

집안의 현관문은 잠겨 있었지만, 창문은 열려 있었다. 높은 창턱에 올라섰을 때,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쳤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렸다.


그날 나는 팔에 깁스를 하게 되었고, 엄마는 휴가를 내고 집에서 나와 동생을 돌보았다. 엄마의 손길은 따뜻했고, 그 시절 처음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묘하게도, 벽 속의 그 화보도 더 이상 나를 무섭게 하지 않았다. 여인의 웃음은 이제, 그저 평범한 웃음처럼만 보였다.


그 시절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웃음 뒤에 숨어 있던,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그 시절의 나는 단지, 어린 마음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림 속 인물의 미스터리 한 표정에 대해선 몇 년 전에 야 엄마한테 이야기할 수가 있었다. 정말 무서웠는데 그때 그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들은 내가 크게 아프고 나니 기가 약해져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 고 생각할까 봐. 또 병원에 보낼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