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자유다!
내가 예약한 교통편대로 시간만 잘 맞춰 다니면 나머지는 다 내 자율에 의한 것.
영국 옥스퍼드에서 홈스테이로 생활하는 동안 혼자 여행을 시작하는 날의 장면을 종종 떠올립니다.
단란하고 사랑스러운 호스트 패밀리가 모두 잠든 자정 즈음, 3층이었던 방에서 핸디 캐리어를 바닥에 끌리지 않게 들고 컴컴한 집 안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잔뜩 긴장한 채,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와 현관 매트에 놓인 신발을 손에 들고 나무 대문에 호들갑스럽게 달랑거리는 종소리는 어찌할 수 없이 철커덕 소리를 내며 잠그죠. 이 구식 주물 열쇠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마음 가다듬으며. 그리고 앞마당의 나무 벤치에서 신발을 신고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그 발걸음부터 진짜 나의 독립여행이 시작됩니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 늦은 밤이라 동네는 조용하고 깜깜한 밤하늘엔 은빛 별이 빼곡하게 반짝이고 공기는 차갑지만 마음은 너무나 홀가분.
그렇게 주말이나 뱅크 홀리데이를 포함해서 짧게는 당일치기부터 3일, 길게는 일주일에서 열흘씩 영국 내 잉글랜드부터 스코틀랜드나 웨일스 지방, 한두 시간의 시차가 있는 유럽 국가를 부지런히 다녔어요.
고즈넉하고 지긋한 나이가 느껴지는 옥스퍼드에서도 동부 끝자락에 살았기 때문에 공항버스를 타면 곧 시골의 넓은 대지가 펼쳐졌어요. 저가의 첫 비행을 위해 밤 중에 이동했고요. 주로 이용했던 히드로/루턴/개트윅 공항까지 달리는 동안, 깊은 새벽의 차분한 감성으로 여행을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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