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에서 직원으로, 그리고 다시
이제 햇빛 쨍쨍한 유월 중순, 지난 1월 셋째 날 이후로 글을 쓰니 꽤나 오랜만이다.
그간에 초보 바리스타로서 아주 아주 조금의 진전도 했고, 한숨 쉬어지는 일도 물론 겪었다. 그러한 이유를 포함해 잠시 쉬어가기로 한 이 시점, 지난 직장들을 간략하게 회상하고 별 일이었던 이슈를 적으며 인내했던 고충도 토로해보려 한다.
첫 번째 카페
한 겨울의 늦은 오후, 발목까지 쌓인 눈을 푹푹 밟으며 마감 시프트 출근
매장에 들어서면 주문대 앞에 길게 늘어선 검은 패딩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백 룸으로 향하는 그 짧은 길은 잰걸음에 비해 슬로모션으로 스친다. 흘깃 확인한 주문서는 믿을 수 없게 밀려 있고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그리고 나를 향한 직원들의 작은 외침 “살려주세요”...
연말연시 모임으로 단체 손님이 많았다. 나보다 경력이 많은 알바도 이런 상황에 집중력이 흔들리고 무척 버거워했다. 100석에 가까운 홀 운영에 키오스크 없이 겨우 2명이 일일이 고객의 주문을 직접 받으며 음료와 디저트를 준비하고, 식기세척기도 없어 컵과 접시를 수시로 설거지해 가며, 마감 시간 맞춰 정산과 재고 관리, 청소까지 하려니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충원해서 3명으로 응대하는 시간도 두 시간 남짓인데 값어치를 다 하는 퀄리티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무리였다.
이직
적당히 시간 때워서 최저임금이나 받으면 되는 것에 만족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격증이 무용해지는 단순 업무에 버릇 들지 않고자 이직을 준비했다.
진부한 자기소개서로 보일지라도 내용이 충실해지도록 수정하고 경력과 보유 기술을 어필하는 이미지 포트폴리오도 만들었다. 그리고 채용 플랫폼 앱을 이것저것 번갈아가며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구의 카페 채용 공고를 거의 모두 살펴봤다.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조건은 이랬다.
-정직원
-싱글 오리진 원두 옵션
-핸드드립
-오피스 상권
-프랜차이즈
-작지 않은 매장 규모
-40분 내외의 출퇴근 거리를 원하나, 위의 조건이 가능하다면 한강을 건널 용의 있음
알바 형태 포함, 수십 군데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대여섯 군데는 열람을 하지 않았고, 네 군데에서 면접을 봤다.
면접 후기
a. 인지도 높은 대형 카페. 풍문대로 면접관의 꼰대 발언을 들었고 탈락시켜 주면 오히려 고마운 곳.
b. mbti를 물어보는 곳. 서로 닉네임을 부르는 곳. 번지르르한 건물에 위치했지만 굳이 장거리로 다닐 만큼의 나은 조건이 없었다.
c. 선임이라 할 수도 없는 경력에 짧게 봐도 일을 못 하는 면접관을 제외하고 보면 내가 필요로 하던 구색을 갖춘 곳.
d. 취업 시장에서 인기가 많을 만한 카페. 세 자리 수의 경쟁률을 제치고, 나랑 일해보고 싶다며 꼭 와줬으면 좋겠다는 합격 전화를 받았으나 이미 타사에 입사한 날이었다.
비교적 편하게 일할 만한 환경이었으나 좀 더 바쁘고 여러 일을 두루 겪을 매장 경험이 필요했기에 미련은 뒤로 하고, 이런 합격 자체에 나를 대견하게 생각하기로 한다.
그렇게 열흘 만에 이직에 성공하여
두 번째 카페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