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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 Jun 16. 2024

별 일

화상 상해, 인성을 못 갖춘 동료

나는

긴장했고

미숙했고

실수였고

2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그 전과는 취지가 많이 다른 매장. 어느 것도 소홀할 수 없는 업무 범위와 처리해야 할 속도에 정신이 없었다.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바보같이 서툴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제 손에 뜨거운 물로 데이는 사고를 당했다.


누구를 탓할 상황이 아니고 혼자 저지른 실수였다. 찬 물에 응급처치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맡은 일에 돌아왔다가 영 아파서 다시 찬 물로 진정시켰다가 머신 앞에 돌아오기를 세 번은 반복... 옆에 동료는 내가 크게 별 말도 안 하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동안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살펴주지 못했다. ㅡ기대할 인간도 아니었다. ㅡ 인근 직장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점심 러시 아워였으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알리고 매장을 나서 차에 탔다. 누구 장례를 치른 것처럼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어떻게 멈췄는지 기억이 안 난다. 통증은 겪어본 사람만 알 터. 찰나에 일어난 화에 나도 너무 놀랐고, 서럽기도 했다.


붕대를 칭칭 감고 매장에 돌아왔고

관리자가 한다는 소리

“그렇게 아파요??

2도 화상은 별로 안 아픈 거로 아는데요??”


? 미쳤나 봐요. 저런 말이 면전에 나오다니.


이 사람은 내가 면접일정 조율하는 연락부터 대면하는 일련의 상황에서 대번에 알아차린 그 일머리 부족한 면접관이다. 실로 많은 것이 부족한 인간이다.


이 자에 대해서 기가 찰 노릇이었던 경우를 굳이 나열하자면 나쁜 예를 통한 교훈으로 삼는 데에 의의를 둘 수 있을까 싶다가도 도통 가치가 없어서 말을 말게 된다. 내가 일로 만난 사람을 통틀어 이 정도로 당황스럽게 천한 수준은 처음 겪어본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다친 데는 좀 괜찮냐고 물어온 직원이 아무도 없었다. 요즘 말로 나는 극강의 T 기질이어서 누가 달래주길 바라는 성향이 아니라, 우습고 인상적이었달까. 여기는 면박 주고 갈구는 게 습관인 곳이라 더욱 그러려니 했다. 이런 인간들이 챙기는 소리 하면 더 역겨웠겠지. 불행 중 다행이라면 내가 그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나를 외면하면 외면했지, 대놓고 함부로 뭐라 하진 않았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건 파트타이머 한 명뿐. 충분했다.


어쨌든, 한 달을 꼬박 드레싱 하며 흉 지지 않게 조심했고 많이 아물었다. 간혹 무의식으로 거친 옷감에 손등이 스치면 아직 여린 새 살이 붉고 가렵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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