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언어: 말, 글, 그리고 그림

아빠의 언어 = vocal & visual communication

by 써니사이드

1. 회사에서 '설득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 장표를 만들어 의견을 말씀드리는 일이 많았다.



2. 나는 어릴 적부터 말을 잘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회사에서는 ppt 장표를 잘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런데, 나의 말이나 글, 칭찬을 듣는 ppt도 조금 장황한 구석이 있었다.



3. 패션 유학을 가려고 학원 상담을 갔었다.

그 중 한 선생님은 나의 포트폴리오를 보시고 ‘명확한, 하나의 단어' 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누면서, 선생님께서는 나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자체가 '설명적'인 것 같다고 하셨다.



4. 솔직히 어렸을 때 나는 책을 별로 안 읽었다. 하지만, 시각물을 정말 많이 보았다.

그림, 사진, 직접 어딘가에 가보기 등. 음성 언어도 많이 들었다. 표현도 시각적인 언어(그림)나 말(음성)로 많이 했다. 글은 꽤 썼던 것 같은데 끄적이는 글이나 시를 많이 썼던걸 보면, 은유적인 표현을 즐겼던 것 같다. 그림 같은 글이랄까.



5. 나의 언어는 '전달'보다는 '표현'에 가까운 것 같다.

이 둘이 상반된 개념은 아니지만 다른 것은 맞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가족들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할머니, 할아버지는 나와 글로 소통한 적이 거의 없다. 내가 편지를 써드리는 정도인데, 이 조차도 보통은 읽어드렸다. (글을 못 읽으시는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가 일 하실 때는 방에서 혼자 그림을 많이 그렸다.(아주 행복했다). 엄마는 집에서 말도, 글도 많이 전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소통을 많이했던 아빠는 나를 미술 전시, 예쁘고 멋진 가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 레스토랑에 잘 데리고 다니셨고 많은 보컬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시각 언어를 활용하거나 발표와 같은 보컬 커뮤니케이션이 다른 분들에 비해는 조금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는 영어 학원조차도 어학원을 다니면서 매 주 몇 시간 씩 발표 준비를 했는데 힘들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다.



6. 나의 언어적 특징을 분석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맞고 틀림을 평가하려고 하진 않았다. 다만, 나는 표현적인 언어에 강점이 있는 대신 글로 된 커뮤니케이션, 간단하고 명료한 단어로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종종 내가 글을 잘못 읽고 오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어가 그림으로 보이는 것일까?



7. 그런데 아빠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

나는 카톡으로 '동생도 보기로 했고 할머니도 뵈러 갈 것이라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되면 뵈어요!' 라고 했다. 그런데 아빠는 이것을 '동생이랑 되면 같이 뵈어요!' 라고 읽어버린 것이다. 물론 나의 글이 명료하지 못해서도 있겠지만, 아빠는 조금만 길어지면 글을 대충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어릴 때는 더 심했고 그래서 책이 덜 재미있었나보다.



7. 거꾸로 엄마는 말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셨고 장황한 이야기는 더욱 싫어하셨다.

엄마랑은 통화도 잘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나랑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엄마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8. 세상 사람들의 언어는 모두 다르다.

내가 회사에서 나의 과거를 바라보게 되면서 느낀 점은 사람마다의 언어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다양한 언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지금 잘 맞는 사람들은 이런 언어가 익숙해서 일 것이다 (혹은 좋아해서). 그 사람들과는 이런 언어로 대화하고, 과거의 엄마와 같은 사람들과도 소통을 잘 하기 위해, 나는 명료한 언어, 글, 한 단어로 정리해서 전달하는 언어를 익히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과 오해를 가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책 읽는 게 너무 좋다. 나에게 새로운 언어 도구가 생기는 것은, 미술 재료를 사러가는 것과 같은 기쁨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9. 엄마에게는 자주 카톡해야겠고, 아빠에게는 자주 전화해야겠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주 뵈어야겠다.

엄마는 문자 언어를 잘 사용하고, 아빠는 음성 언어를 편하게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도 하지만 나의 마음과 표정을 읽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엄마가 우리집에 와서 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