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지: 안경과장 01
김팀장에 대해 안경과장은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다.
"김팀장 걔, 몇 살이래요?"
프로젝트 리드를 김팀장이 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안경과장이 제일 처음 물어본 것이다.
"으잉? 42살? 뭐야, 완전 꼰대겠네."
"과장님하고 2살 밖에 차이 안나는데요?"
"뭐, 어차피 전 누나들하고 커서 이 정도는 그냥 동갑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나저나 저 나이에 팀장 달았으면 뻔하네, 부모 잘 만나서 조오은 대학 나왔나보네."
그 후로 안경과장은 사사건건 김팀장에 대해 뒷말을 했다. 단골소재는 아파트와 그의 머리숱.
"아니, 그거 알아요? 김팀장, 걔 아파트 임대 아파트에요. 난 또 유학까지 다녀왔다길래 집에 돈 좀 있나 했더니 쥐뿔,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니에요. 크크크."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같은 팀인 저도 몰랐는데?"
그는 숨 넘어갈 듯 끅끅 대며 말을 이었다.
"궁금해서 아까 1:1 회의 때 은근슬쩍 물어봤죠. 서우초 뒷편이라는데 거기 임대아파트 촌이거든요. 그래서 그 근방 학군이 그지 같아서 집값 다 떨어뜨려 놨는데. 윤우가 거기 사네. 주제에 차는 또 외제차 모는거 아냐?"
그러다 프로젝트에 대해 김팀장에게 보고한 날, 안경과장은 씩씩대며 벌개진 얼굴로 말했다.
"뭐야 김팀장 완전 모자라요. 설명을 해도해도 이해를 못한다니까요?
이게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처먹고
다음주까지 중간 과정이라도 보여달래요. 아, 진짜."
안경과장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렇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니까 머리숱이 훅 날아가는 거에요.
김팀장 걔, 저 처음 봤을때보다 머리 훨씬 더 날아가지 않았어요?"
와이프가 결혼 전 들고 다니던 짝퉁 명품백들에 속아 처가덕 보려고 결혼했으나 실패.
현재는 자식덕이라도 보기 위해 매일 궁리 중.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서도 소소한 갑질을 해야 개운한 ‘소갑행’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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