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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Nov 21. 2020

우울해도 집안일은 줄지 않아서



나는 가장 우울할 때 가장 바빴다. 

일요일 오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지만 월요일이 되면 억지로 몸을 일으켜 출근을 했다. 그냥 모든 것이 기계적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멀쩡한 심지어는 밝고 성실하며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일도 멀쩡히 했다. 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집을 나서면 멀쩡한, 심지어 밝은 사람이었다 | @엘레브






[동영상 버전]

https://youtu.be/H-ikPmZ9cVw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을 했다. 

그야말로 24시간 쉬는 시간 없는 투잡을 뛰는 중이었다.  집안일도 반반, 육아도 반반이었기 때문에 남편도 나보다 아주 약간 나을 뿐이지 마찬가지로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 주말엔 밀린 집안일을 하고 아이와 놀아주거나 하다 보면 다시 집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주방일은 요리를 잘하는 남편이 대부분 했다.  






청소는 내 몫이었는데 정리는 못하더라도 아이와 비염환자가 있다 보니 매일 청소를 했다.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으로 지친 상태에서 하는 청소는 내가 그야말로 괴물로 변신하는 시간이었다. 여기저기 가구를 치워가며 청소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렇게 방구석에 앉아 물건 위에 쌓인 물건들과 청소기가 들어가기엔 좁아 손으로 닦아야만 하는 소파와 사이드 테이블 틈새의 소복한 먼지들을 보다 보면 피로에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에 스트레스가 겹쳐 한없이 우울해져 갔다.







피곤하지 않고 우울하지 않을 때야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인테리어 소품들이나 사이드 테이블 정도는 이리저리 옮겨가며 청소하면 되는 것인데 지친 나는 이렇게 가벼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 왜 맨날 치우는데 맨날 먼지가 쌓이는 거야

- 손가락 까딱 못하겠는데 너무 힘들어

- 구석구석 왜 이렇게 먼지가 많아


급기야 크지도 않은 집을 닦다가 걸레를 던져버리고 구석에서 엉엉 운 적도 있었다. 





나의 본가는 손님들마다 감탄할 정도로 (농담 삼아 ‘이 집은 화장실에서 밥 먹어도 되겠다'라고 할 정도로) 깔끔하고 청결한 집이었다. 


어릴 때는 진심으로 엄마가 청소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청소가 제일 싫다고 했다.) 그렇다고 엄마가 머리카락 하나만 떨어져도 당장 줍거나 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가구위라든가 침대 아래라든가 하는 곳까지 청결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외할머니와 엄마가 입에 달고 살던 말. 

- 저런 건(가구) 청소하기 힘들어서 안 사.

- 뭐가 많으면 청소하기 힘들어서 맨날 버리는게 일이다.



아, 유레카!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외할머니, 이모집, 모두 청소기가 움직이기에 최적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정작 자신들은 모르지만 세분은 모두 미니멀리스트들이었다. 별다른 철학적 이유 없이 그냥 그게 청소하기 쉬우니까.






그래, 나는 미니멀리스트의 후예였군 | @엘레브





인테리어 소품들이 없으면 쇼파 옆 사이드 테이블 위 먼지는 슥슥 닦아내면 그만이다. 더 나아가 아예 사이드 테이블이 없으면 그 아래 쌓인 먼지를 닦기 위해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지 않아도 슥슥 청소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기로.  

우울해도 먼지는 잘만 쌓이고, 우울해도 집안일은 줄어들지 않으니까.



그런데.. 미니멀리즘, 어떻게 하는 걸까?

일단 선언했으니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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