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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Sep 07. 2021

저런 얼굴을 왜 보여주는 거야? 민폐잖아

화상회의 나라별 반응

외국계 회사에서, 혹은 외국회사와 일한 덕분에 나는 2012년경부터 화상 면접과 회의를 경험했다. 사람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그때 보이는 개개인의 특성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카메라 화면을 끄고 참석했다.

이유는 그날 재택이거나 머리를 안 감았거나 얼굴이 부었다는 이유 등이었다.

반면에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 동료들은 집 소파에 앉아서, 야구모자를 쓰고서도 캠을 당당하게(?) 켰다.


그러면 한국인만이 모여 있던 KR 채팅방은 바빠졌다.

"저런 얼굴로 나올 거면 그냥 캠 끄지.."
"그러게요. 띵띵 부었구먼. 엄청 당당하네요?"
"모자 쓰느니 캠 끄는 게 예의지."

(물론 몇 명의 부정적인 사람들이 가장 활발하게 떠든다.)


"눈이 너무 부어서 못 쳐다보겠네. 회의에 저런 얼굴을 보여. 민폐야 정말."
"모자 쓸거면 차라리 캠을 꺼야지. 회의에 집중을 못 하겠네."



회의 시간에 캠을 켜거나 끄거나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켠 사람들의 외형이 아름답지 않다고 그것이 민폐를 끼칠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로웠다. 상대방이 쌩얼이건 모자를 썼건 '너'의 집중력이 방해받는 이유는? 묻고 싶었다. 보기에 민망한 차림이라던가 머리에 바람개비가 달려 정신 사납도록 우스꽝 스러운 모자도 아닌데.



대체 얼마나 아름다워야 캠을 켤 자격이 되나?
(Photo by Brennan Martinez on Unsplash)


서양 국가 동료들은 얼굴이 부었든지, 쌩얼이라 추레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고 카메라를 켰다. (그 정도면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카메라를 끄기도 하지만 자신이 말할 차례가 되면 다시 켜곤 했다. 한 동료는 "그게 예의잖아"라고 말했다.


사실 소통할 때,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집중도와 전달력이 낮아진다. 우리는 음성과 내용 외에도 표정이나 제스처 등으로도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정말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겉 모습이 멋지게 풀 세팅된 상태가 아니라면 차라리 얼굴을 가리고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건 현재도 대다수 나의 한국 동료들은 카메라를 끈 채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회생활 #심리 #회사생활 #화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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