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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Sep 04. 2022

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등교 첫날

미나리의 초등학교 첫 날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나의 학교와 미나리의 학교가 개학을 했다. 나는 학과 온보딩이라 아직 수업은 아니지만 모두 참석해야 하고 9시부터 4시경까지 꽉 찬 스케줄이라 개강이나 마찬가지처럼 느껴진다.



미나리는 처음으로 등교를 하는데 미국 학교가 다 그런지는 몰라도 이 곳 대부분은 초등학교에 핸드폰을 못 가져오게 한다. 비상시에 엄마아빠에게 전화하면 달려가겠다고 신신당부를 해놨는데 못가져간다니! 다들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지역 선배맘들이 있어서 눈 질끈 감고 학교에 보냈다.



하루종일 전전긍긍하며 지냈다. 하필 구매한 차가 엔진 점검등이 켜지는 바람에 제이는 자동차 딜러샵에 다시 차를 가져갔고 이런저런 절차가 늦어져 내가 중간에 빠져나와 미나리를 픽업하러 가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직접 아이를 픽업하는 다른 학부모들이 학교 옆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무슨 숫자가 커다랗게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는데 힐끗 살펴보니 학교에서 나눠준 모양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다가 무심한 듯 휙 휙, 혹은 '저렇게 해서 숫자가 보이나?' 싶을 정도로 까딱 까딱 종이를 학교 문 쪽을 향해 들어올렸다.



나중에 보니 아이들마다 정해진 코드 번호가 있어서 다같이 선생님과 함께 문 안쪽에 줄 서서 있다가 자신의 번호를 들고 있는 보호자가 보이면 선생님이 번호를 대조 후 아이를 하교시키는 시스템이였다. (미나리는 첫날이라 아직 번호는 못받아서 내가 담임과 직접 통화를 하고 나서 하교가 가능했다.)





걱정하고 밤잠 설친게 무색하게도 아이는 너무나 밝은 얼굴로 쏙 하고 학교 문을 나왔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아이를 맞이했다. (누가 보면 저 여자는 애가 저렇게 크도록 학교 처음 보내보나? 싶었을 거다.)



"학교 어땠어?"


"내가 그 질문 하지 말랬잖아."



샐쪽하게 말해놓고는 바로 수다를 늘어놓았다.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한 이야기, 한국과는 뭐가 다른지,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어땠는지, 점심시간에 친구와 간식 나눠먹은 이야기...





적응을 잘 하려나 얼마나 힘들까 몰래 눈물짓고 밤마다 제이를 붙잡고 걱정을 한바닥 늘어놓았는데. 참, 허탈했다. 적응을 아무리 잘해도 하루만에 해버릴지는 몰랐다. 화장실만 잘 다녀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튼 한시름 덜기는 했다.



"넌 이번 학기는 공부 금지야! 열심히 할 생각 하지도 마! 학교에 그냥 갔다 오고, 화장실만 잘 다녀오면 그냥 다 한거야. 알았지?"


"엥?"



좋은 변화라도 변화는 변화이고,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일테니까 집에 와서는 아이스크림도 칭찬과 함께 듬뿍 덜어주었다. 숙제도 아직 없다고 해서 TV도 실컷 보여주면서 충분히 늘어져 있도록 했다.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서 저 쪼그만게 하루종일 긴장했을 테니까.



역시 고단했던지 조그만 발과 종아리를 주물러주니 코를 도롱도롱 골며 잠들었다.

덕분에 나는 내 학교 온보딩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다 잊고 말았다.



미나리가 첫날 당당하게 그려온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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