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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Mar 28. 2023

미국 생활 얼마나 힘드냐고?

퇴사 후 미국유학


유튜브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박사 유학 유튜브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꽤 많은 분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다수가 바로 “미국 박사 공부 힘든가요?”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네, 힘들어요. 미쳐요. 눈물 콧물 질질 납니다. 그런데 직장 생활보다 더 힘드냐고요? 애 키우는 게 더 힘드냐구요?


그러나 확실한 건, 고3 생활보단 힘들고 대학생활보다 훨씬 힘든 건 맞아요.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마다 힘든 게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언어장벽이 힘들고 어떤 분은 문화 적응이 힘들고 어떤 분은 음식이 힘들고.  또 같은 박사 생활로 들어와도 연구가 힘든 사람, 지도 교수와의 관계가 힘든 사람 혹은 수업이 힘든 사람이 있겠죠.


저는 수업이 힘듭니다.

특히 수업에 대해 다소 낭만적으로ㅠ생각한 거 같아요 제가 이번에 한 과목을 선택할 때 제가 아는 게 단 하나도 없고 배울 거 많은 과목을 택했습니다. 그랬더니 와, 죽겠어요 여러분.


옆에서 줄줄이 드롭하고 선배들도 "아, 그거 과제 너무 많아서 드롭했어" 할 때 들을걸

보통은 학생이거나 직장인이거나인데 수업과 연구를 둘 다 하다 보니 회사 다니면서 학교 다니는 느낌이라 박사 생활이 힘든 거 같아요.

그런데 한국보다 더 힘들어?라고 묻는다면 저는 모르겠어요. 한국과 비교해서 좋고 나쁘고를 떠나 다른 점들이 많으니까요


이 나이에 다들 이정도는…


남들처럼 살려면 이 정도는…


남들한테 밀리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수준 안 맞아. 애가 공부 좀 하면 뭐해,
딱 봐도 전세 살인 거 같은데

라며 애들 친구 집을 흉보는 사람들


야, 이 나이에 이 정도 차는 몰아줘야지

빚내서 비싼차 타면서 다른 차주 무시하는 사람들


비교 경쟁 차별

어리고 큰 고민 없을 때는 한국이 살기 좋다고 느꼈어요. 그때야 경쟁이래봤자 수학 성적 1-2점, 대학 이름 뭐 이런 게 전부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경쟁하고 비교하는 것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그 단위도 커졌어요. 그냥 졌다 이겼다가 아니라 뒤처지면 죽는다! 같은 점점 목숨을 건 혈투 같습니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예전보다 변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살기가 무엇을 해도 누굴 만나도 경쟁 싸움이라 매일의 일상이 너무 지쳤었어요. 일에 소모되는 시간도 너무 많고요. 생명력 활력이라는 제 초가 있다면 그게 매일 녹아내리면서 소멸하는 느낌이었어요.


10대 때 갇힌 방을 탈출하면 그다음 20대 방에 갇히고 또 다른 선택에 따라 또 다른 방에 갇혀 너 아니면 내가 죽으니 상대를 죽인다는 느낌. 지면 죽고 이겨도 죽을 만큼 지쳐서 상대에게 한 대만 스쳐도 죽을 거 같은 상태.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상태

이겨도 다른 경쟁이 또 기다리고 있고

내 앞의 경쟁자를 해치워도

등 뒤 칼끝이 언제나 향하는 극도의 긴장감

그래서 지금 생활이 외롭고 고될 때도 있지만 이러다 나 죽는다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힘들어 미치겠네는 몇 번 있었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이러다 내가 닳아 혼이 소멸될 거 같다는 무서움은 없는 거 같아요.



요즘 같은 세상, 미국 박사 있다고 취업 한방, 꽃길만 걷고 그러진 않죠. 그러나 전 한국의 취업난을 겪어서 그런지 딱히 바뀐 점을 모르겠어요. 환상도 없고 무지개 희망도 없어요. 뭐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 년 동안 취업해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해요. 요즘 같은 때에 한 곳에 오 년 동안 일했다 그러면 이직할 시기라고 보는 사람도 많죠. 박사 학위증보다는 이직하듯이 프로젝트 경력, 성과 등을 가지고 나간다 생각합니다.  


미국 대기업, 한국 대기업, 혹은 유명 대학교수 이런 목표도 없고.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자식과 다음 세대에 폐 안 끼치고, 저처럼 힘들게 사는 어린 친구들 도와줄 수 있는 정도, 그럼 됩니다.


정리합니다.

미국 박사 힘든가요? 네, 무지요. 그러나 여러분이 한국에서 앞으로 겪게 될 혹은 겪었던 다른 시련에 비해 난이도가 헬급은 아닙니다.


그냥 대졸 이후 삶은 급격히 힘들어져요. 한국도 박사 생활은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박사 어려운가요? 란 질문에 답을 드리면,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신 분들, 세상 어딜 가도 잘 적응하리라 봅니다. 

딱잘라말해 유학 안 하고 한국에 살아도 어차피 겪을 어려움이라는 것.

어차피 인생은 힘들어요

그러니 적어도 좋아하고, 하고 싶고, 보람찬 일을 하며 삽시다.

나 인생, 고생하며 살아왔다?

그럼 뭐 눈 딱 감고 할만합니다. 한국에서 돈을 써가면서도 죽어라 고생길의 역경을 거쳤는데, 오징어 게임에서 여태 생존해 온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장합니다. 그런데 미국 박사생활 이쯤이야 뭐 그렇죠?




유튜브: https://youtube.com/@phdcomic

엘렙툰: https://youtube.com/@ell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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