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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Jun 15. 2023

미국인이 보는 한국문화 vs. 한국인의 한국문화

적응하면서 도움이 되는 한국인의 강점과 단점



8월 이면 미국 온 지 벌써 일 년이에요.


작년 8월 당시 고민하고 불안했던 것과 실제 겪은 건 많이 달라서 오늘은 그 일 년 동안의 후기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전 첫 한두 달은 나이 때문에 우려를 너무 많이 했었어요.

이 나이에 공부가 가능할까
이 나이에 영어로 외국에 사는 게 가능한가
늙었다고 차별당하면?


아무리 동양인은 어려 보인다 해도 갑자기 제가 20살로 보일 리 없으니까요. 그래서 한두 달은 내 나이에 가능할까 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이런 우려도 따지고 보니 오래된 프레임에서 온 거더라고요.


각 나이별로 정해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큰일 나고 정답이 아니면 다들 손가락질할 거라고.

그런데 지나고 보니 다들 자기 살기 바빠서 안 그래요.

이게 정말 쓸데없는 걱정인 게 십 년 함께 일한 사람들도 서로 몇 살인지 몰라요.

젊은 벼슬, 늙은 벼슬 둘 다 없습니다.


전 미국 적응에 도움을 준 것도 한국 문화 힘든 점도 한국 문화였어요.


해외에 계신 분들은 아하 하실 거예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동양의 작은 나라였어요. 북한과 헷갈리고 전쟁이 있었고 일본 중국 그 어딘가 포지션 애매한 곳이요.

한국인이라 하면 북한 남한 어디서 왔어? 이렇게 물어봤거든요(요즘도 간간이 있긴 합니다)



요즘은 한국위상이 확실히 달라요.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일단 너무 반가워합니다. 자기들이 저보다 더 신나서 저도 처음 들어보는 가수나 드라마 이야기를 해줘요. 제가 오히려 공부해야 할 판.

저도 잘 안 먹는 한국 음식이나 폭탄주 제조법을 물어봐서 같이 찾아보기도 했어요.

교수님 마저 "K-pop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어디로 놀러가야돼?"라면서 

"고궁이나 유적지는 이미 다 가봤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어딜 가든 한국인이라는 걸 당당하게 (당연하지만) 밝히게 됩니다. 매일 5개 이상 한국 관련 질문을 받게 되는 거 같아요. 한국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눈치'라는 단어까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힘들었던 점은?

반대로 뼛속 깊이 새겨진 한국 문화 때문에 힘들었어요.

이건 예전 한국 문화에 길들여진 세대만의 이야기일수 있습니다.

이제는 많이 바뀌어서 Gen Z 세대는 뭔 소리야 하길 바랍니다.



바로 아까 그 질문 많이 들어온 눈치 문화!


초중고 통틀어 학교 수업 시간에 입 뗄 일이 전혀 없었어요.

질문하면 선생님들은 수업 흐름 방해한다고 좋아하지도 않고 친구들은 눈치 주고 그러니 질문해 봤자 욕 안 먹으면 다행이었죠.









대답은?

정답이면 본전이에요.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임에도 대답했다가 틀리면 맞거나 뒤에 서있으라는 둥 벌을 받았으니까요. 그러니 수업 시간에는 그저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는 게 혼나지 않고 중간은 가는 방법이었죠.


예전에는 주입식으로 '정답'을 입력/출력만 배웠지 발표하는 법, 질문하는 법, 혹은 토론하는 법을 배운적이 없거든요.


회사도 마찬가지였어요.


초반에 다니던 회사에서 회의 시간에 한마디 했다가 줄줄이 불려가서 혼났어요

니 연차 주제에 감히. 이 연차는 아직 회의 시간에 입 뗄 연차가 안된다는 거죠.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누가 물어봤나 했을 거예요. 그래서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은 ㅇㅇ 입니다”

이거 말했어요.

그랬더니 부장이 과장 혼내고 과장이 대리 혼내고 대리가 절 혼내더라고요







소수이긴 하지만 아직도 그런 곳도 있음. 외국계 회사에서 한국팀 중 한 팀이 이런 분위기.



그래서 절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이거예요.

발표 안 하는 문화. 질문하면 눈치 주는 문화. 남 시산 의식하는 문화. 의견 피력해 봤자 본전 건지기 힘들고 잘하면 본전 잘못하면 피해가 너무 크고. 경쟁하고 비교하고 눈치주고 눈치주는 문화요.



개인 성향도 있겠죠.

하지만 전 E이고 회사에서 발표할 때가 가장 신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한 학기 동안 깨달은 건 질문을 많이 해야 적극적으로 찍힌다는 것.


대답보다 질문을 해야 주목받습니다. 

왜냐면 대화의 흐름이 내 질문 위주로 돌아가고 내가 중심에 서기 때문이죠. 대답하는 사람들은 나를 내가 가진 의문을 둘러싼 주변인이 되는 느낌이요.


웃긴 게 깊게 세뇌된 한국인이라 이 질문조차도 맞는 질문이 아니라 틀린 질문일까 고민하다 수업 끝나고 했어요.


그래서 첫 학기 동안 수업 시간에 한마디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질문 선빵날리기


그 수업 관련해서 질문 한두 개 준비합니다.

대단할 거 없고 기본적이거나 개인적인 것도 OK!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던졌어요.

그럼 아주 좋아합니다. 교수님들이요.


첫 스타트는 누구나 힘들고 수업내용이 자연스럽게 시작되거든요.








학생들도 자기가 대답하겠다고 교수 말을 막을 정도니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수업 분위기가 연출되죠.


정답을 몰라도 아무도 신경 안 씁니다. 

남이 한 대답을 반복하고 살짝 자기 의견을 덧붙이기도 많이 해요. 중요한 건 틀린 대답했다고 망신 당하거나 욕먹는 일은 절대 절대 없으니까요.



특히 저에게 좋았던 점은 수업 흐름 끊지도 않고 내용과 상관없는 질문이 되지도 않는다는 거죠. 혹여나 이미 한 질문을 또 던지는 상황도 절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수업마다 질문 한 개 무조건 하기를 목표로 삼고 어렵지 않게 달성하고 있어요.



다음에 또 황당하고 재밌는 에피소드 있으면 돌아오겠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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