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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Jul 22. 2024

한국인에게 짜릿함을 주는 미국 대학생들

동영상은 여기에 >> https://youtu.be/RBsBhz9-P7M
전 에피소드는 >> https://brunch.co.kr/@ellev/423



미국박사생활 시작하고 첫여름 방학이라서 매우 기대가 컸었거든요. 지도교수한테도 여름방학 너무 기대된다. 이제 수업도 듣지 않고 연구만 할 수 있다면서?라고 신나서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마다 묘한 표정으로 저를 보기는 했었어요.

어리석긴...




그 기대는 여름방학 시작되고 일주일 지나니까 산산조각 났었어요.



이 진격의 미국 엠지 인턴들 덕분이에요. 

그래서 매우 실망한 상태로 하루하루 너무 바쁘고 힘들게 보내고 있었어요.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열심히 따라와 주는 인턴들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어요.



날씨가 매우 더워서 제가 그때 한창 빠져있던 버블티를 마시러 가다가 저 친구도 더울 텐데 같이 마시자고 해볼까 하고 물어봤어요. 





제가 먼저 마시자고 하기도 했고, 또 한국사람으로서 이렇게 한참이나 어린 멘티에게 멘토로서 당연히 얻어먹을 수 없잖아요. 계산을 하면서 


한국에서는 원래 나이가 많거나 선배 거나 이러면 이렇게 사주는 거야 


하고 한국 문화도 알려주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핸드폰을 이렇게 꺼내서 계산하려고 단말기 앞에 서 있는데...





갑자기 이 친구가 옆에서 카드를 순식간에 꺼내더니
단말기에 틱! 하고 대 버리는 거예요!




근데 순식간에 인터셉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해서 이렇게 쳐다봤거든요. 그랬더니 이 친구가 씩 웃는! 거예요! 이겼다는 표정으로! 


이건 뭐 하는 놈이지?


알고 봤더니 이 친구의 문화권에서도 서로 먼저 계산하겠다고 싸우는 우리나라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문화가 있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한국하고 비슷한 문화가 매우 많더라고요. 


이런저런 문화적 배경, 가족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좀 더 친해졌어요. 이렇게 훈훈하게 끝나면 정말 좋.았.겠.지.만... 제가 또 한 번 얻어먹었으니까 한국사람 사람으로서 빚지고 살 순 없잖아요.


다음엔 내가 사는 거야. 


라고 선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음에 계산할 때 또 신경전을 벌이고 눈치 전을 벌였죠. 


그때부터 저희는 서로 계산하겠다고 팔꿈치를 밀고 카드 든 손목을 탁 쳐내고 서로 상대방 카드를 뺏어서 던지고 난리를 쳤어요. 



그때부터 누가 내 차례인지, 결국 누가 이기고 있는지, 누가 더 많이 샀는지 이런 걸로 경쟁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 경쟁심이 높은 것도 서로 비슷했는데요. 

성격상 저는 안 하면 안 했지, 하면 이기고 싶어 하는 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이 아이가 신나게 요렇게 요렇게 책상으로 다가오더니 우리 팀이 다른 팀 하고 비교해서 이기고 있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경쟁심이 높기는 해도 저보다 한참이나 어린 멘티 앞에서 이거를 그냥 좋아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어른스럽게 우리는 다 같은 팀이고 여기 우리 모두 같이 협업을 해서 연구를 하는 거지 여기에 이기고 지는 건 없다. 우리는 경쟁하고 있지 않다, 한 팀이다, 이렇게 멋있게 얘기를 주고 












그렇지만 우리가 훨씬 앞서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해줬어요. 





이 친구를 포함해서 다른 모든 멘티들도 정말 빠른 속도로 배우고 성장해 나가고 열심히 해줬거든요.

그래서 레벨업을 쭉쭉 하는 게 매일매일 보이는 거예요. 


처음에 만났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훌륭해졌더라고요. 









마지막 포스터 세션이라고 포스터 한 장에 그동안 했던 연구나 결과들을 쫙 넣어놓고 사람들 앞에 세워놓고 그거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거든요. 그때 얼마나 뿌듯한지 엄마 미소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학부모에 빙의해서, 사진 찍고 동영상 찍고 옆에서 손뼉 치고 그랬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제가 없는 돈을 탈탈 털어서 학교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을 몇 개 샀어요



그렇게 해서 주고는 또 속으로는 


내가 마지막 계산을 했으니까 내가 이겼다 


하고 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선물이 도착하는 거예요. (독한 것!)




이게 바로 제가 요즘도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인데요. 그 친구가 제가 유튜브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서는 센스 있게 또 이 스피커를 선물해 줬어요. 너무너무 잘 사용하고 있고, 그걸 사용할 때마다 그 친구들의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스피커와 함께 보내 준 카드와 사인.



그리고 전 질 수 없으니까 남자 선물을 사려고 아마존에서 “남자 선물” 이렇게 검색을 했는데 성인 남자 선물은 전부 다 이상하고 괴상하거나 쓸데없고 아니면 너무 숭하고 이런 게 나오는 거예요.


어떤 걸 사줘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고르다 고르다 이 친구 어머니께 (스스로 사기에는 손 떨리지만 마음 표현하기에 아주 좋은) 립스틱을 하나 보냈어요. 그 이후로도 멘티로 있었던 분 들하고 종종 연락도 하고 지냅니다. 


그중에 또 한 친구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저에게 한국말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다면서 한국말로 문자도 보내고 그랬었던 굉장히 귀여운 친구가 한 분 있었는데요. 그분은 저희 학교에 합격해서 다음 학기부터 함께 학교를 다니게 됐어요.



종종 이렇게 한국문화 관련된 문자를 주고 받는다. 오른쪽은 덴마크 여행 다녀왔다며 보내준 선물.










 어느새 1년이 지난 이야기인데요.

현재는 새로운 멘티들을 받아서 또 방학 동안 연구를 함께 하고 있어요.







작년하고 똑같이 정신없고 바쁘고 힘들기는 해도 그래도 두 번째다 보니까 여러 노하우가 생겨서 어찌어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여름은 어떠신가요? 




전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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