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생존기
몇년 전 공황약을 처방 받았었다.
일어나서 한번, 자기전에 한번 약을 먹었다.
회사에서는 갑작스러운 패닉어택(Panic Attack)에 대비해 상비약을 털어 넣던 때가 있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아무리 되짚어봐도 알 수가 없다. 언제가 처음인지도 모른다.
불분명한 원인에 비해 증상은 확실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움직임에 갑자기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것.
쓰레기 같은 짓거리를 해대던 인간과 닮은 뒷모습만 봐도 온 몸이 극심한 분노에 휩싸여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것.
의사는 그런 고민은 그만하라고 했다. 증상과 결과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나는 직업상 평생 그 'why?'에 매달린 사람이다. 그런데 나 자신에 대한 'why'는 하나도 모르겠다.
공황을 고백한 사람들을 보면 다들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 사람들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거침없고 할말 다하고, 비교적 하고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나도 겉으로 보기엔 거침없이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왜? 그리고 나는 왜 공황이 온 것일까?
이번 폭우는 무서웠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코로나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괜찮다.
손을 잘 씻고, 가지말라는 곳 가지말고, 마스크 잘 쓰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폭우와 코로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결론지은 차이점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혹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고심해본 결과, 나의 공황발작(Panic Attack)은 빤히 보이는 비합리적이거나 비상식벅인 일글이 버젓이 일어나는 것, 그것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무력감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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