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진다는 것과 용기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
2가지 타입의 사람이 있다. 쥐구멍에서 희망을 품고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과 기다리느니 뛰쳐나가는 사람.
동굴 안에서 마늘 먹기 힘들어서 뛰쳐나간 호랑이 이야기와는 다르다.
호랑이와 곰에게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보상이 확실하게 있었으니까.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의 태도이냐 하는 질문이 아니다. 그저 다르다.
같은 쥐구멍에 살며 똑같이 볕 들 날을 기다린다 하더라도 그저 '좋은 날'이 쥐구멍에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과 '뛰쳐나가기 좋은 날'을 기다리는 것은 둘다 옳지만 다르다.
나는 뛰쳐나가는 타입이었다.
20대의 나는 쥐구멍인 줄 알면서 계속 있는 건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다.
낯설다.
'안락한 쥐구멍'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면서 익숙한 것을 떠나 낯선 곳을 향한 다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고 있다. 끊임없이 '쥐구멍'과 '볕 드는 곳'을 비교하게 된다. 신중해 진 것.
낯설도록 내가 변했다.
혈혈단신일 때는 고민할 시간에 일단 부딪혀보자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책임질 가족이 늘면서 그들을 다 이끌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동굴에 있던 곰과는 달리 이 기다림은 어떠한 약속이나 정해진 기한이 없으므로.
철이 들어 신중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질 것들이 많아졌다는 뜻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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