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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공간

by 상상

엄마는 요즘 너의 공간에서 글을 쓰고 있단다.


네가 친구 자취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한동안 네가 쓰던 방이 비어 있었잖아.


책상과 침대가 있으니

글을 쓰기에 딱 좋은 자리야.


소로우의 나무집 내부(주1)


예전엔 네가 방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마다

‘답답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이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써보니

참 아늑하더구나.


이제야 알겠어.

네가 왜 이 방을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 방은

네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너의 온기를 품고 있단다.

공간이란, 그 안에 있던 사람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존재인 것 같아.

엄마는 이제 이 방에서 글을 쓰며

너의 시간을 이어받는 기분이야.

네가 꿈꾸던 세상과,

엄마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가

이 공간 안에서 만나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가끔은,

이 방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질 때가 있단다.

그럴 땐 괜히 문을 한번 더 열어보게 되네.


이번 주에는 꼭 집에 와.

네 방, 아니—우리의 공간이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주1) '월든'의 저자 소로우가 2년 동안 기거했던 통나무집의 내부. 침상과 책상, 몇 개의 액자가 전부로, 그가 얼마나 소박한 생활을 했는지 잘 보여준다. - '소로우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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