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이 지나면, 너는 한 뼘 더 단단해질 거야

- 자신의 길을 향해 한걸음 내디딘 아들에게

by 상상

아들,

오늘은 네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날이야.


멋진 대학생활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되었구나.
어젯밤 잠은 잘 잤는지.


당분간은 군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될 테니,
민간인으로서의 마지막 밤이 무척이나 아쉬웠을 것 같아.


집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었던 걸까.
늦은 밤이 되었을 때 네가 짐을 싸고 방을 정리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제야 집을 떠난다는 걸 비로소 실감했겠구나.

오랜 시간 너와 함께했던 그 공간, 니 방에
너의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을 거야.


간단하게 차린 아침 식사.
아빠랑 엄마랑 너랑, 우리 모두 입맛이 없다며 밥을 반 이상 남겼지.


사실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슬픔이 울컥 밀려오는 순간이 있었어.

눈물이 끓어오르듯 차올라 금방이라도 넘쳐흘렀지.
그래도 얼른 감정을 추슬러 참고 말았어.

‘아직이야. 그리고 오늘은 울지 않고 웃으면서 너를 배웅하겠어.’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했으니까.


네가 시계와 휴대폰 충전기를 사야 한다고 했지.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어.
필요한 걸 직접 사야 한다는 책임감 덕분에
슬픈 감정을 잠시 뒤로 미룰 수 있었거든.


30분쯤 일찍 나서서 근처 마트 시계 코너에서 군인용 시계를 구경하고,
같은 층의 다*소에도 들렀지.

규격에 맞는 전자시계가 시계 코너 가격의 10분의 1에 있는 거야.
그래서 두 개를 샀잖아.

두 개면 훈련 기간 한 달은 충분히 버틸 수 있겠다며,
혹시 준비하지 못한 동기가 있으면 하나 주면 좋겠다고
괜히 즐거워하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그 시계는 혹시 새 주인을 만났니?


가는 동안 차 찬에사 마실 음료수를 사주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했지.
아고, 너 정말 많이 긴장됐었나 봐.


가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말다가,
웃기도 하면서 여행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상쾌했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겨울 날씨였어.


마침내 멀리 학교 정문이 보인다고 말하던 너의 목소리에서
떨림과 긴장감이 느껴졌어.

---------------------------------------------------------------------

아들,

학교에 도착한 후 우리가 함께 웃으며 찍었던 사진을
지금 꺼내 본다.


집과 친구들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더 단단해진 너,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 준 너,

너를 잘 키워준 세상에 대한 감사함과 감동의 마음으로 행복한 아빠와 엄마,

그리고 같은 길을 걸어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동기들과
그 동기들을 응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함께 보인다.


음, 이 시간, 너는 깊은 잠에 빠져 있기를 바래.

엄마는 네가 받게 될 훈련에 관한 영상들을 찾아보며
앞으로 경험하게 될 시간들을 조용히 그려보고 있어.


잘 자라, 아들.
오늘 하루 정말 수고했어.


이 밤이 지나면
너는 오늘보다 한 뼘 더 단단해져 있을 거야.


힘든 순간이 오면
우리가 함께 웃으며 찍었던 그 사진을 떠올려도 좋아.

너는 혼자가 아니고,

우리 가족이,

너를 믿고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줬으면 해.


사랑한다.


2026년 1월 30일 엄마가











이전 06화너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