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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봄 Jan 16. 2024

5. 내 사주에 대운이 든다더니

운명의 수레바퀴

대운(대운)


2년 전, 만으로 마흔여덟이던 나는 여전히 힘든 나날을 살고 있었다. 그때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던 지인이 내 사주를 봐주면서 말했다.

"올해부터 대운이 듭니다."

사주명리를 잘 모르지만 일단 '대운'이란 표현이 듣기 나쁘지 않았다. 그간 마음고생이 많았던 내게 이제야, 살아생전에 '복'이란 걸 받아보나 싶었다.

"10년 단위로 대운이 바뀌는데, 대운이라고 해서 모든 게 다 좋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 10년 안에 좋은 일, 안 좋은 일은 다 있어요. 그래도 대운은 그 사람 인생에서 커다란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고, 여하튼 운의 기운과 흐름이 크게 달라진다는 거죠. 중요한 건 나봄님에게 이번 대운부터는 좋은 쪽으로 운의 흐름이 바뀌네요."

그러고 보니 8, 18, 28, 또 38부터 47까지, 10년 단위로 대운이 바뀌었지만 '힘들다'는 표현은 있어도 '좋다'는 말은 없었다. 돌아보면 실제로도 그랬다. 그리고 여전히 힘든 중이던 38. 이제부터 바뀐다고? 꾀나 기대가 됐다. 또 '만나는 사람마다 귀인이 있으니 사람들과 잘 사귀라'는 표현도 들었다. 그래서 지난 2년간 나는 '누가 내 귀인이 될지 모르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잘 하자'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리고 어떤 모임이든 빼기보다는 함께 하려고 노력했고 이왕 하는 거, 가급적 적극성을 내보였다. 열에 아홉은 '이 사람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내게 귀인이 될지 모른다'며 은밀히 셈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보낸 지난 2년, 일단 내 인생의 무게가 어느 순간 훅 가벼워졌다. 가장 큰 짐이었던 건 고등학교를 자퇴한 자식 문제였는데 그 문제가 이제는 내 손을 떠났다 싶을 만큼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방황을 이어가던 아이는 검정고시를 기대 이상으로 보고 수시전형으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꼭 죽을 것처럼 괴로웠는데 오십 년 중에 단 1년, 그 1년 사이에 내 마음이 이렇게 편안해져 있을 줄 몰랐다. 이런 날이 올 줄을 정말 몰랐다. 와도 이렇게 빨리? 


주변의 인간관계도 급속도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정말 절친인 그룹,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그룹, 또 이제는 인연이 이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간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그룹, 쓸데없이 내가 휘둘리기만 하니 이제는 멀리하고 싶은 그룹. 이렇게 인간관계가 정리가 되었다.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정리하고 나니 속이 편했다.  정리된 그룹을 제외하고 지난 2년간 만나온 내 인연들에는 정말 '귀인'이 많았다. 내 존재와 내 삶을 보다 소중하게 가치롭게 여길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을 주고, 때론 격려와 응원을 때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 준 사람들이다. 특히 그중엔 토해내야만 살 수 있어서 쓴 글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귀하게 들어주고 기꺼이 출간까지 해준 출판사와의 인연도 있었다.  인간관계의 흐름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주거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다. 때마침 이사를 한 것이다. 미리 계획했다기보다 갑작스럽게 이사를 결정하게 됐고 그래서 주거 환경도 바뀌었다. 이사를 계기로 활동 반경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그렇게 지난 2년간 속 시끄러운 것들이 급속도로 정리되어 갔다. 그리고 나니 서서히 관심의 대상이 외부, 타인에서 '나'로 옮겨졌다. 이제야 내가 보였다. 관심의 대상이 나로 바뀐 것이다. 나란 사람과 나의 건강,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가 행복해지는 일.


빈 껍데기 같던 내 안에 다시 생의 에너지가 차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조금씩 조금씩 내 안이 나로 채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내 사준에 대운이 깃들어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그리 맘먹고 사람을 대하고 움직이면서 내 삶의 흐름이 그리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게 아닐까?

내 운명의 수레바퀴를 핸들링하는 자, 결국 나 자신임에는 틀림 없으터! 여기에 온 우주가 나를 돕는다니 든든할 만큼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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